모듬회
삼천포 아가씨의 노래와 함께, 사천 복원횟집에서의 한 상
바닷바람이 부는 사천 삼천포, 항구에 닿는 순간 귓가에는 어김없이 흘러나온다.
“삼천포 아가씨…”
낯설지 않은 그 선율이, 오래전 부모님 세대의 추억을 건너와 지금 내 발걸음을 맞아준다. 그 멜로디에 이끌리듯 항구 옆 복원횟집 2층으로 올라서면, 탁 트인 창 너머 바다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수평선은 느리게 흐르고, 파란 물결은 접시 위로 옮겨져 나온 듯 싱싱하다.
노래와 풍경이 곁들여진 식탁
삼천포 아가씨 노래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다. 이곳 사람들의 삶, 항구의 정취, 바다와 함께한 세월이 스며든 문화다. 노래가 흘러나오는 그 순간, 복원횟집의 바다뷰와 어우러져 마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듯한 경험이 된다. 2층 창가에 앉으면, 흰 파도와 빨간 등대, 잔잔히 오가는 배들이 배경이 되어 식탁 자체가 한 편의 무대가 된다.
모둠회 상차림 – 바다를 그대로 옮겨온 한 상
상 위에는 마치 바다를 그대로 퍼올린 듯한 음식들이 가득하다.
모둠회: 큼지막한 나무 배 위에 정갈하게 놓인 도미, 광어, 전갱이. 입에 넣는 순간 살아 있는 듯 탄력 있는 식감과 바닷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전복과 멍게, 해삼: 바다의 쌉쌀한 미네랄 향이 입안에서 터져 나오며, 씹을수록 시원한 바다의 속살이 전해진다.
새우와 조개찜: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듯 탱글탱글한 새우의 단맛, 입안에서 바다의 불꽃처럼 터지는 조개의 육즙.
부침과 전: 해풍에 말린 듯 담백한 생선전, 파 향이 살아 있는 파전은 소박하지만 든든하다.
곁들이 반찬들: 김치, 장아찌, 샐러드, 심지어 고구마와 콩까지. 바다만큼 푸짐하고, 항구만큼 다정하다.
술잔에 담긴 바다의 향
한쪽 손에는 싱싱한 회를 올린 깻잎쌈, 다른 손에는 투명한 소주잔.
“건배!”
잔이 부딪히는 소리는 마치 파도가 방파제를 치는 소리처럼 경쾌하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소주는 단순한 술이 아니다. 오늘 바다와 어울린다는 작은 의식, 추억을 부르는 노래와 음식이 어우러지는 순간의 증표다.
식객의 기분
이곳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가 아니다. 바다의 이야기를, 항구의 세월을, 그리고 노래 속 삼천포 아가씨의 웃음을 함께 곱씹는 의식 같은 시간이다.
맛은 혀로만 느껴지는 게 아니라, 눈으로, 귀로, 마음으로 스며든다. 창가 너머 바다의 빛, 노래의 선율, 그리고 음식의 향이 서로 겹쳐져, 이 순간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하나의 추억이 된다.
작가의 말
나는 그날 삼천포 복원횟집에서 단순히 회를 먹은 것이 아니라, 한 시대와 한 항구의 정취를 먹었다.
‘삼천포 아가씨’ 노래가 흘러나올 때, 눈앞의 음식은 더 이상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다가 건네준 이야기였고, 삶을 지탱해온 사람들의 기억이었다. 그래서일까, 돌아오는 길에도 나는 자꾸만 흥얼거렸다.
“삼천포 아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