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진짜와 가짜의 경계

Vrai ou faux — 진짜와 가짜의 경계에서

by 마루


Vrai ou faux — 진짜와 가짜의 경계에서


« Vrai ou faux ? »

프랑스어로 ‘진짜인가, 가짜인가?’라는 질문.

책을 펼친 순간,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언어의 유희 같지만, 동시에 내게 던지는 근본적인 물음이었다.

나는 지금 무엇을 붙잡고 있는가. 진짜인가, 가짜인가.


✦ 혼모노라는 단어, 그리고 작가의 선택


성해나 작가는 소설집 제목에 일본어 속어 **‘혼모노(ほんもの, 진짜라는 뜻)’**를 붙였다.

독자에게 낯선 언어를 던져 시선을 끌고, ‘진짜와 가짜’라는 주제를 각인시키려는 전략.


하지만 나는 불편했다.


왜 굳이 일본어였을까.

한국어로도 충분히 표현 가능한 개념을 빌려온 건 단순한 선택일까, 아니면 마케팅의 장치일까.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묵직했지만, 그 무게가 언어의 이질감 덕분에 더 과장된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 작품이 던진 무거움, 그리고 나의 비판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감정은 작품이 던진 질문 때문일까, 아니면 작가가 설계한 장치에 내가 휘둘린 탓일까.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독재정권 아래에서 고문실을 설계하는 제자의 광기는 윤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동시에, “이 정도는 보여줘야 독자가 충격을 받겠지?”라는 계산된 손길이 느껴졌다.

진짜 고발인가, 연출된 가짜의 잔혹함인가.


〈혼모노〉 역시 마찬가지였다.

‘진짜 같지만 가짜, 가짜 같지만 진짜.’

주제는 날카로웠지만 결론은 흐릿했다.

독자를 일부러 혼란 속에 머무르게 만드는 강요 같았다.

그 강요조차 작가의 연출이라면… 나는 또다시 의심스러워졌다.


✦ 나의 자기고백 ― 시건방진 독자


이런 비판을 쓰는 나 자신이 문득 낯설다.

나는 작가도, 평론가도 아닌 그저 책을 읽는 평범한 독자다.


그럼에도 이렇게 평가를 늘어놓는 순간,

왠지 시건방져 보이고, 자괴감이 든다.


책장을 덮은 지금도 나는 혼란스럽다.

나는 ‘진짜 독자’일까, 아니면 남의 작품을 빌려 자기 생각을 과시하는 ‘가짜 독자’일까.

사실 대단한 통찰을 내놓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저 불편했던 마음, 의심스러웠던 순간들을 솔직히 털어놓고 싶었을 뿐이다.


✦ 진짜와 가짜 ― 독자에게 던지는 화두


책 속에서, 그리고 내 독서 경험 속에서

진짜와 가짜는 끝내 뚜렷이 갈리지 않았다.


그래서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진짜란 무엇인가.

진심 없는 진짜는 과연 가치가 있을까.


가짜란 무엇인가.

진심을 담은 가짜는 정말 가짜일 뿐일까.


나는 답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답을 내리지 못한 채로 묻는 것,

그 자체가 독서가 우리에게 남겨주는 가장 큰 가치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글을 남긴다.

이 글 역시 진짜일까, 가짜일까?

판단은 읽는 당신에게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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