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은 누구를 위해 피어나는가

불꽃

by 마루

불꽃은 누구를 위해 피어나는가

유리 용기 안으로 무언가 흘러들었다.

맑고 투명한 액체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 위에 얹힌 작은 금속 조각 하나가 천천히 녹아들자, 마치 누군가 조용히 물감 한 방울을 떨어뜨린 것처럼 색이 퍼졌다.

붉은 기운이 번지고, 금빛 섬광이 뒤를 따르며, 은색의 결이 모래처럼 흩어졌다.

처음엔 감탄했다.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잠시 후,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물의 움직임이 너무 정돈되어 있었고, 금속의 반응도 너무 이상적으로 완벽했다.

불규칙한 흐름 없이, 마치 누군가 시나리오를 짜놓고 따라가는 듯한 장면.

그 순간 직감했다.

이건 자연이 아니었다.

이건, 연출이었다.

AI가 만들어낸 영상이었다.


화면을 멈춘 채, 나는 잠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 밤, 서울 한강에서 펼쳐졌던 불꽃놀이가 떠올랐다.

해마다 가을이면 여의도에서 열리는 ‘서울세계불꽃축제’,

수많은 사람들이 강가에 모여 어둠을 기다리고, 하늘이 밝아지기를 기다린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한화그룹이 주최하는 이 불꽃축제는 단순한 행사 이상의 풍경이었다.

붉고 푸른 빛, 금빛의 실선들이 어둠을 뚫고 하늘 위로 퍼져나갔다.

아이들은 환호했고, 연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손을 맞잡았다.

누군가는 핸드폰을 들었고, 누군가는 그저 침묵 속에 그 장면을 눈에 담았다.

하늘은 마치 누군가의 손길처럼 반짝였고, 강물은 그 빛을 따라 미세하게 떨렸다.


하지만 나는 그 불꽃의 재료를 알고 있었다.

붉은 불꽃은 스트론튬, 초록빛은 바륨, 푸른 광채는 구리에서 나왔다.

색을 내기 위해 금속은 분말로 쪼개졌고, 불꽃이 되어 하늘 위에서 연소되었다.

그리고 타다 남은 그 잔해는 미세먼지가 되어 공기 중을 떠돌았다.

가라앉은 금속 입자들은 토양 위에, 하천 위에, 그리고 우리의 숨결 위에 쌓였다.

아무도 그것을 바라보지 않았다.


불꽃놀이는 시각의 마술이다.

빛과 소리, 순간의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와 우리의 감정을 삼켜버린다.

우리는 그 안에서 낭만을 보고, 기념을 하고, 위로를 느낀다.

그러나 그 찰나의 감탄 뒤에는 말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중금속,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그리고 공포에 휩싸여 도심을 벗어나는 새들.

소음에 귀를 감싸는 강아지.

강가에 웅크린 고라니와 수달.

눈부신 불꽃의 배경에는 그 모든 침묵이 함께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너무 아름다웠어.”

“진짜 장관이었지.”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야.”


그리고 나는 혼자서 조용히 물었다.

“그 순간을 위해 무엇을 무시했지?”

“아름다움은 언제부터 이렇게 값비싼 것이 되었지?”


우리가 보려는 것만 보고, 보지 않으려는 것은 외면하는 그 능력.

그것이야말로 현대적인 감상법인지도 모른다.

정교하게 편집된 영상처럼,

치밀하게 계산된 불꽃의 리듬처럼,

우리는 감탄을 위해 설계된 세계만을 향해 눈을 돌린다.


AI로 만든 물속의 퍼짐과, 사람 손으로 만든 하늘 위의 불꽃은 서로 다른 공간에 존재했지만,

내겐 그 둘이 너무도 닮아 있었다.

둘 다 완벽했고, 둘 다 아름다웠으며, 둘 다 현실이 아니었다.


아름다움은 때로 진실을 지운다.

우리가 탄성을 지르는 그 찰나에, 누군가는 숨을 죽인다.

우리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순간에, 땅 위의 생명은 웅크린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감추고 있는가.


작가의 말

: 시각적 아름다움은 언제나 매혹적입니다. 하지만 그 반짝임 뒤에는 우리가 외면한 진실이 자리하고 있죠.

잠시라도 그 이면을 함께 바라봐 주신다면, 불꽃은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피어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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