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끝도 없는 병

, ‘클라인의 우주’

by 마루


시작도 끝도 없는 병, ‘클라인의 우주’


유리병 하나가 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이상하다.

입구가 자기 몸 안으로 휘어 들어가, 결국 바닥과 연결되어 있다.

어디가 안이고, 어디가 밖인지 알 수 없다.

그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 끝이 없는 곡선이다.


이 기묘한 병의 이름은 클라인 병(Klein Bottle).

19세기 수학자 펠릭스 클라인이 상상한 이 병은

“안과 밖의 경계가 사라진 세계”를 보여주는 수학적 예술품이다.

그는 어쩌면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세계도 어쩌면 이런 모양일지 몰라.”




우리는 늘 경계를 만든다.

나와 너, 안과 밖, 맞음과 틀림, 이곳과 저곳.

하지만 클라인 병 안에서는 그런 구분이 무의미하다.

한쪽 면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반대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돌고 돌아, 결국 모든 것은 서로 이어져 있다는 것.


삶도 그렇지 않은가.

시작과 끝을 정하려 해도,

결국은 어느 지점에서든 새로운 시작이 된다.

결국 모든 것은 하나의 거대한 순환 안에 있다.




클라인 병을 우주라고 부르는 이유.

그건 이 병이 ‘무한한 연결’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각, 기억, 감정도 그렇게 이어진다.

끊임없이 순환하고, 스스로 안으로 들어가 다시 세상과 맞닿는다.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도

하나의 작은 클라인 병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의 말


이 병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위로가 된다.

분명 어딘가에서 막혀 있을 것 같은데,

그 끝은 다시 시작으로 이어지니까.

삶도, 관계도, 결국 그렇게 순환하며 이어진다.

그래서 우주는 — 어쩌면 우리 마음의 모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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