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동 반미 맛집

에세이 소설

by 마루


에세이 소설 — 원주시 우산동 반미 맛집


비가 내리고 있었다.

회색빛 골목 사이로 우산을 기울이며 나는 조심스레 걸었다.

네이버 지도는 ‘도착했습니다’라고 말했지만,

눈앞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였다.

노란색 간판 하나가 빗방울 속에서 번져 보였다.

비에뜨 반미.

글자 아래에는 작게 이렇게 적혀 있었다.


“진짜 반미는 바게트부터 다릅니다.”


나는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바게트부터 다르다니,

그건 어쩌면 이 작은 가게의 자존심이자,

어디선가 건너온 향기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찾기 어려웠죠?”

카운터 뒤에서 주인장이 웃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베트남에서 온 친구가 들어섰다.

회색 후드티에 물방울이 매달려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여기, 반미 맛집이에요.”

내가 말했다.

친구는 서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는 먼 나라의 햇살이 묻어 있었다.


반미가 나왔다.

따뜻한 바게트 속에서 야채와 고기가 숨을 쉬고 있었다.

망고 주스와 스무디가 나란히 테이블 위에 놓였다.

노란색과 분홍색이 빗소리에 반짝였다.


“어때?”

내가 물었다.


친구는 한 입 베어물더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음… 여기는 토핑이 많아요.

제가 먹던 반미는 더 단순해요.

빵은 얇고, 눌러서 구워요.

향신료는 조금 세고요.”


그의 말 끝에

나는 반미 속 신선한 채소를 바라봤다.

그 안에는

한국의 정성과 베트남의 기억이 함께 들어 있었다.


“그래도 맛있어요.”

그가 웃었다.

“신선해요. 한국 반미는 풍성해요.”


그 말에 나도 웃었다.

바게트 속에서 섞이는 맛처럼,

우리가 사는 세계도 이렇게 섞여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오랜 대화 대신

따뜻한 빵 냄새와 웃음으로 시간을 나눴다.


그날, 우산동 골목 끝에서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이건 여행이 아니라, 누군가의 고향을 맛보는 시간 같아.”


작가의 말


진짜 반미는, 아마도 빵 속이 아니라

그리움 속에서 구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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