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을 찾아서
뭉텅이
뭉텅이
옛이야기 속에서 간은 언제나 생명과 욕망의 상징이었다.
둥둥 쿵덕, 둥쿵덕 / 피의 향기, 참기름 물결
몽치기 내려온다, 살결이 살아온다 —
새벽 다섯시, 고깃집 문 열리고
칼끝에 새빨간 숨결이 일어난다
뭉텅뭉텅 썰어내어,
소금 한 꼬집, 참기름 한 줄기
불은 없다, 불은 없다
살아 있는 것이 곧 맛이니라
몽치기 내려온다, 살결에 피가 돈다
대구장에 핏빛 물결, 어화둥둥 생명이라
몽치기 내려온다, 사람의 밥이 된다
붉은 간, 붉은 맥, 생의 노래 터져온다
(코러스)
어화둥둥, 몽치기야 —
어화둥둥, 살이 살아온다 —
누군 불에 구워 먹고
누군 날로 삼킨다
삶의 불, 죽음의 불
경계 위를 걷는 자들이여
그대 입안의 붉은 노래
조상들의 심장이 아직도 뜨겁다
몽치기 내려온다, 피가 노래 부른다
칼끝 따라 리듬이 흐르고
사람의 숨결 따라
간의 신화가 살아난다
(코러스)
어화둥둥, 구미호야 —
어화둥둥, 간을 찾아온다 —
몽치기 내려온다, 생명이 피어난다
나는 구미호, 간을 찾아다니는 여우
인간의 맛을 잊지 못하였노라
그 붉은 온기, 그 미친 생명
오늘도 장터에 흐르고 있구나
둥둥쿵덕쿵, 피의 노래 터진다
몽치기 내려온다,
대구의 심장 뛰어오른다
“어화둥둥 — 몽치기야!
살아 있느냐 — 어화둥둥!”
(전체 합창)
몽치기 내려온다! 간이 노래한다!
살이 살아 있다! 인간이 피어난다!
도입부: 저음 베이스 + 해금이 서서히 음계 위로 슬라이드 (생명 탄생의 이미지)
중간부: 남성 보컬 판소리 톤 (“새벽 다섯시~”), 여성 보컬이 코러스 리드
후반부: EDM 베이스 드랍 + 장구 리듬 강화 (“몽치기 내려온다!” 합창 반복)
엔딩: 해금 단선율 + 여우 울음같은 잔향 사운드로 페이드아웃
이야기 축: 대구 몽치기 → 생고기의 신화 → 인간의 본능 → 구미호의 간
정서: 원초적, 신명나고 동시에 오싹함이 깃든 생명 예찬
무대 연출 제안:
붉은 조명 + LED 문양 (피, 심장, 여우 꼬리)
해금 솔로 후 EDM 폭발 전환
용왕은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의 간을 원했고, 토끼는 재치 있게 바다를 벗어났다.
그 이야기의 저변에는 단순한 우화 이상의 은유가 있다.
‘간(肝)’은 생명의 중심이자, 인간의 본능이자, 신체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장기다.
그리고 그 간을 먹는다는 행위는, 곧 생명을 나누는 원초적인 의식과도 같다.
한국인의 식탁에는 그 원초적인 욕망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
바로 ‘육회’와 ‘생간’ 이라는 이름으로.
대구에는 ‘’라 뭉텅이불리는 오래된 육회 문화가 있다.
‘’라는뭉텅이 말은 ‘뭉텅뭉텅 썰다’라는 뜻에서 왔다.
말 그대로, 소의 뒷다리살(사태살)을 두툼하게 썰어 참기름과 소금, 다진 마늘, 고춧가루에 살짝만 찍어 먹는다.
고기를 다지지도, 재우지도 않는다.
날고기의 결이 살아 있는 채로, 그 질감 그대로 먹는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쫀득한 저항감은 살아 있는 생명의 기억과도 같다.
이 단순한 음식이 왜 대구에서 오래도록 사랑받았는지는 어렵지 않다.
거기엔 인간이 본능적으로 추구해온 ‘살아 있음의 감각’ 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육회’는 정갈한 한 접시의 미학이다.
참기름, 배채, 송송 썬 파, 그리고 소금 한 꼬집.
생고기를 날것으로 내어놓는 문화는 한국과 프랑스, 일본 일부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프랑스의 스테이크 타르타르는 유럽 귀족들이 즐기던 고급 요리였고,
일본의 유키(生肉) 문화는 한때 법으로 금지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제사상에조차 육회가 오른다.
‘삶’과 ‘죽음’, ‘날것’과 ‘조리된 것’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문화.
그건 오랜 농경 사회에서 피어난, 생명과 공동체의 윤리였다.
육회의 곁에는 언제나 생간과 천엽이 놓인다.
그건 단순한 곁반찬이 아니다.
‘간’은 피를 저장하고 정화하는 장기이자, 인간의 생명 에너지 그 자체로 여겨졌다.
그래서일까, 옛이야기에서도 간은 늘 탐욕의 대상이 된다.
용왕은 토끼의 간을 원했고, 인간은 오래전부터 소의 간을 날로 베어 먹으며 그 생기를 나누었다.
날것의 간은 고소하고, 동시에 약간의 철 향이 난다.
그 철 냄새는 곧 생명의 냄새다.
우리가 느끼는 본능적인 불안과 매혹이 한입 안에 공존한다.
한국의 전설 속 구미호는 인간의 간을 먹는다.
그건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생명의 근원을 탐하는 존재’ 다.
몽치기 한 점, 육회 한 젓가락, 그리고 생간 한 조각.
우리는 여전히 그 원초적인 신화를 식탁 위에서 되새기고 있다.
불을 피우지 않은 음식, 조리되지 않은 생명,
그것을 통해 인간은 생명의 본질과 맞닿으려 한다.
결국, 구미호가 인간의 간을 탐했던 이유도 어쩌면 단순하다.
그건 인간이 오래도록 잃어버린,
뜨겁게 살아 있는 ‘생의 향’ 을 되찾기 위한 본능이었을지도 모른다.
육회
육회비빔밥
오늘 대구의 어느 시장에서 한 접시 몽치기를 먹었다.
참기름의 향이 코끝을 스쳤고, 생고기의 온기가 혀끝에 남았다.
순간 문득 떠올랐다 —
토끼전의 용왕도, 구미호도, 결국 같은 간을 찾아 헤매고 있었던 게 아닐까.
우리가 살아 있는 한, 그 붉은 간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육회물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