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오늘, 삼양의 복수는 계속된다
삼양라면의 그림자와 부활에 대하여
그리고 오늘, 삼양의 복수는 계속된다
글 | 감자공주
1. 원주 우산동 아침, 연기로 피어오르는 라면의 시간
내가 사는 원주 우산동에는 매일 아침마다 천천히 피어오르는 연기가 있다.
원주천 너머에서 올라오는 그 연기를 향해 누군가는 “공장 냄새”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걸 오래전부터 **“라면 냄새의 구름”**이라고 부른다.
그 연기의 주인은 삼양식품.
대한민국 최초의 라면을 만든 회사,
그리고 한때 국민의 밥상에서 사라졌던 회사.
이제 다시, 해외로부터 역주행 복수를 시작한 회사.
2. 우지(牛脂)의 시대, 라면이 진짜로 ‘고소하던’ 시간
어린 시절 라면에는 소기름(우지)이 들어 있었다.
양은냄비 속에서 동그랗게 떠올랐던 그 기름방울,
면발과 스프가 합쳐져 만들어내던 “진짜 국물의 무게감”.
그때 라면은 간단한 요리가 아니었다.
기름 냄새가 방 안에 퍼지면
식구들이 자연스럽게 테이블 앞으로 모였고,
그건 한 그릇이 아니라 **가족의 의식(儀式)**이었다.
3. 그리고 어느 날, TV 뉴스 한 줄이 모든 걸 무너뜨렸다
“소기름, 먹으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공포는 맛보다 빨랐다.
라면은 그대로였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이미 떠났다.
우지라면은 무해 판정을 받았지만,
트라우마는 제품보다 오래 남았다.
농심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소비자 심리를 읽은 문장 하나가
라면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그날 이후, 삼양은 ‘패배’가 아니라 ‘망각’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졌다.
4. 그러나 이야기의 끝은 아니었다
– 불닭이 불씨를 되살렸다
몇 년 후, 삼양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돌아온다.
이름부터 불길했던 라면.
“불닭볶음면.”
처음엔 너무 매워 외면받았고,
국물도 없어서 ‘라면 같지 않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해외에서 먼저 불이 붙기 시작했다.
SNS 챌린지, 유튜브 먹방, K-FOOD 열풍
2025년 기준, 삼양 해외 매출의 80%가 불닭 브랜드
우리가 잊어버린 이름을
외국 사람들이 먼저 기억해 냈다.
5. 2025년 11월, 삼양은 다시 우지를 꺼내 들었다
36년 만에 금기를 깼다.
‘삼양1963’
우지를 혼합해 튀긴 면, 1963 원조 레시피 복원.
그건 단순한 신제품이 아니라,
한 시대의 억울함을 정정한 **“역사적 복권”**이었다.
“우지는 금기가 아니라, 라면 풍미의 핵심이었다.”
—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이건 복수였고, 선언이었고, 귀환이었다.
6. 작가의 말
— 기억 속 맛은 사라지지 않는다
라면의 역사, 곧 우리의 감정이다.
공포가 진실을 덮은 시대,
그리고 시간이 진실을 되찾아오는 오늘.
나는 원주에서 다시 삼양을 마주한다.
마트 매대에서, 해외 유튜브에서,
그리고 우리 기억 속에서.
“라면은 맛이 아니라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다시 불붙인 건, 결국 소비자의 젓가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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