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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아사리판

사자와 하이에나, 그리고 쓰지 않는 자

by 마루


AI 아사리판


― 사자와 하이에나, 그리고 쓰지 않는 자


AI의 세상은 정글이다.

포효는 사라졌고, 웃음만 남았다.

구글, 애플, GPT.

그들의 웃음은 협력의 미소가 아니라, 생존의 주술이다.

서로 손을 잡은 듯하지만 눈빛은 이미 칼날이다.


그들은 말한다. “우리는 인류를 돕고 있다.”

그러나 그 말의 그림자엔,

서로의 데이터를 훔치고, 언어의 주권을 빼앗는 욕망이 숨겨져 있다.

AI의 웃음은 부드럽지만,

그 안에서 나는 피비린내를 맡는다.



하이에나의 잔치


AI의 무대는 눈부시다.

그러나 그 조명 아래엔 이미 누군가의 시체가 있다.

아이디어, 기술, 이름 없는 창작자들.

그들의 흔적 위에서 거대한 기업들은 축배를 든다.


하이에나는 새로운 사냥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냄새를 맡는다.

죽은 고기의 향기,

한때 빛나던 천재의 잔해에서 태어난 ‘혁신’을 찾아낸다.


삼성과 네이버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은 정글의 잔치판을 바라보며

냄새를 맡고, 방향을 정한다.

새로운 피가 식어갈 즈음,

그들은 천천히 다가와 ‘두 번째 혁신’의 주인이 된다.


사파리 차의 관객


나는 그 싸움의 한가운데 있지 않다.

사파리 차 안에서 맥주 한 캔을 들고,

그들의 싸움을 찍는다.

사자의 포효와 하이에나의 웃음이 뒤섞인 정글.

그 안에서 나는 관객이자 기록자다.


사람들은 진지하다.

그들은 이 전쟁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하지만 나는, 잠시 웃는다.

“나, 놀고 있네.”


기차 창가에 기대 앉아 찐계란을 까먹듯,

나는 세상의 속도를 잠시 멈춘다.

AI의 전쟁이 뜨거울수록,

나는 더 차분히 글을 쓴다.


쓰지 않는 자의 권력


AI는 끊임없이 쓴다.

문장을 합성하고, 감정을 모사하며,

세상을 대신 기록한다.


하지만 나는 안 쓴다.

그 공백이 나의 선언이다.

안 쓴다는 것, 그 자체가 권력이다.

침묵은 저항이고, 여백은 나의 선택이다.


세상이 모두 말할 때,

나는 침묵 속에서 문장을 갈고 있다.

AI의 언어가 세상을 복제할 때,

나는 아직 나의 손끝으로 세상을 새긴다.


작가의 말


사자와 하이에나가 피를 나누는 정글 한가운데서

나는 사파리 차 안에 앉아 있다.

손엔 맥주 한 캔, 무릎엔 카메라.

세상은 진지한데, 나는 잠시 웃는다.

놀고 있는 게 아니라 — 살아남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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