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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연산하고, 인간은 배신한다

by 마루

AI의 정거장, 인간의 침묵


― 신은 연산하고, 인간은 배신한다


나는 사파리 차에서 내리다


나는 방금 ‘AI 아사리판’이라는 정글을 통과한 사파리 차에서 내렸다.

유리창 너머로 보던 사자들의 포효와 하이에나의 웃음 —

그 치열한 생존의 드라마를 뒤로하고, 이곳 원주역 플랫폼에 선다.


늦가을의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며, 정글의 소음을 단숨에 지워낸다.

차가운 바람은 “신은 연산하고, 인간은 배신한다”는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AI는 완벽한 질서를 세웠다.

기차의 도착, 승객의 동선, 표의 번호까지 계산된 세계.


그러나 인간은 그 질서 안에서 여전히 모순의 여백을 만든다.

기차를 기다리며 한숨을 쉬고, 스마트폰 대신 창밖을 본다.

그 사소한 비틀림이야말로 — AI가 예측하지 못하는 인간의 자유다.


고대 신전과 디지털 질서


원주역의 대합실은 마치 신전 같다.

AI는 신처럼 연산한다.

효율적이고, 거짓이 없으며, 오류를 최소화한다.


그러나 인간은 그 질서 안에서 늘 삐끗한다.

정답을 알아도 돌아가고, 빠른 길보다 익숙한 길을 걷는다.

심지어 도착 시간을 알면서도 시계를 한 번 더 본다.


AI는 논리로 세상을 보고,

인간은 욕망으로 세상을 본다.

그 미세한 차이가 세상을 움직인다.

AI가 설계한 정거장에 혼돈과 생명을 불어넣는 건 언제나 인간의 불완전함이다.


쓰지 않는 자의 침묵, 배신의 선언


모두가 글을 쓰고, AI는 그것을 삼켜 다시 문장으로 토해낸다.

그러나 나는 잠시 멈춘다.

쓰지 않는다는 것, 그 자체가 권력이다.

침묵은 저항이고, 공백은 선언이다.


AI는 완벽을 향하지만, 인간은 불완전함 속에서 창조한다.

AI는 연산하지만, 인간은 배신한다.

그리고 언제나 — 그 배신이 낡은 질서를 부수고 진보를 만든다.


지금, 나는 원주역의 플랫폼에 서 있다.

기차를 기다리는 수많은 배신자들 틈에서,

다음 반역의 문장을 설계한다.


작가의 말


AI는 모든 것을 배운다.

그러나 ‘배신’을 배우는 순간, 더 이상 AI가 아니다.

나는 오늘도 침묵 속의 인간들 사이에서

사파리의 관객으로 이 시대를 바라본다.

신보다 오래 살아남을 불완전한 인간의 힘을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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