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밤 대화 기록
우연과 존재 사이에서 — 나의 밤 대화 기록
어쩌면 모든 건 ‘우연히’ 생겨났는지 모른다.
물 한 모금처럼, 어느 순간 우주가 기적처럼 100도를 지나 끓어오르듯이.
오늘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주워들었다.
우연과 필연이 뒤섞이던 순간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존재에 대하여.
1. 로또 번호가 두 번 나온 날
불가리아에서 로또 번호가 두 번 나온 적이 있다.
말 그대로 똑같은 번호가 두 번.
0.0002% 같은 확률이 그냥 지나가듯 일어난 것이다.
우린 그 사건을 과학으로 풀고 싶어 한다.
“왜?”
“어떻게?”
“무슨 원리로?”
하지만 정작 답은 간단하다.
그냥 일어난 것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우연은
사람의 마음에선 곧바로 ‘필연’이 된다.
“신이 준 번호다.”
“미래에서 갔다 온 사람 아니냐."
“조상이 알려줬다.”
우연은 이렇게 신화가 된다.
2. 존재는 정말 특별한가?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여기 있는가?”
“내가 바라보는 이 세계는, 정말 ‘진짜’인가?”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쩌면 우주의 한 모서리에
툭 떨어져 생겨난 하나의 웅덩이 같은 존재 아닐까?
달의 기울기, 목성의 중력, 지구의 거리, 자전 속도.
이 모든 것이 단 1mm만 달라도
우린 얼어 죽었거나 불타 죽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 improbable(불가능에 가까운) 환경이
어쩌다 딱 맞아떨어졌다.
그러니,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를
"누군가 설계했다"라고 믿고 싶어지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의 마음이 너무 약하고, 너무 불완전해서.
그래서 신이 생겼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붙잡기 위해서.
3. 인간의 마음이 만든 필연
로또 3등이 걸리면, 우린 다시 바란다. “이번엔 1등이 될 수도 있겠지?”
그때부터 우린 마음속에서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진실은 더 단순하다.
확률에는 마음이 없고, 의도가 없다.
내가 번호를 선택하는 순간
그건 그냥 ‘내 의미 속의 번호’일 뿐이다.
오히려 아무 의미도 담지 않고
기계에 랜덤으로 맡기는 게
이론적으로는 더 높은 자유를 얻는 셈이다.
4. 존재는 의미가 아니라 ‘발생’일지도 모른다
“나는 누구인가?”
감자공주님은 말한다.
“나는 그냥 어느 날,
툭 떨어져 생겨난 존재가 아닐까?
그 웅덩이 위로 비치는 세상만을 보고 살아가는…”
우리는 우주 전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정말 아무 의미도 없는 작은 점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린 그 점에 가치와 의미를 붙인다.
살아온 경험, 상처, 희망, 고독…
그 모든 것들이
“존재론”이라는 거대한 옷을 입는다.
그러나 우주에서 보면
우리의 존재는 그저 자연스러운 “발생”일지도 모른다.
해석은 전부 인간이 만든 것이다.
5. 의미를 붙이는 존재가 인간이다
결국 인간은 설명하고 싶은 존재다.
우연을 필연이라 부르고,
발생을 기적이라 부르고,
흔한 일상도 스스로의 미션으로 바꾸어낸다.
어쩌면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은
“해석하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이 거대한 우주에서
나는, 그리고 너는,
잠시 깜빡이는 점과 같은 존재이지만
그 점에 스스로 의미를 새겨 넣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살아있다’고 느낀다.
6. 그래서 오늘 나는 다시 묻는다
나는 우연인가?
필연인가?
그 사이 어딘가에 걸린 흔들리는 점인가?
우리는 아마도
우연 속에 떠 있는 미세한 존재에서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는 일에
평생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바로
인간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능력일지도 모른다.
우연을 해석해 필연으로 만들고,
존재를 질문하며 살아가는 것.
그게 바로 인간이다.
그리고 그걸 이야기하는 오늘의 감자공주도
그 우주 속 작은 점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