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구글, 바나나 향에 빠지다

구글

by 마루


구글, 바나나 향에 빠지다


어느 날부터 공기가 달라졌다.


노골적이지도, 요란하지도 않은데


이상하게도 거부할 수 없는 향이 번져 있었다.


마치 익어가는 바나나처럼.


달콤하지만 인위적이지 않고,


가볍지만 묘하게 중독적인 향.


그 향의 근원은


구글이었다.






나노 바나나, 기술이 아닌 감각의 전략


사람들은 이를 ‘나노 바나나’라 부른다.


농담 같지만, 꽤 정확한 이름이다.


구글의 AI 전략은 거창한 선언보다


섬세한 침투에 가깝다.


크게 외치지 않고,


생활과 습관 속으로 스며드는 방식.


검색, 지도, 유튜브, 광고, 안드로이드, 생성 AI.


모든 것이 하나의 향처럼 이어지며


사용자의 일상 깊숙이 내려앉는다.


그 향에 취해 있다고 해서


불편하거나 위협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자연스럽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jiv.jpg



GPT가 문을 열었고, 구글은 향을 퍼뜨린다


GPT는 충격이었다.


AI의 가능성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사건.


그러나 구글은 다르다.


그들은 ‘놀라움’이 아니라


‘환경’을 만든다.


놀라움은 순간이지만


환경은 생활이 된다.


GPT가 길을 열었다면,


구글은 그 길에 향기를 입혔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향이 어디서 오는지도 모른 채


속도를 믿고, 방향을 믿고,


익숙함에 몸을 맡긴다.



Whisk_a9d15023d9e0dbe9e3a4555c9bb6170fdr.png



알파벳, 보이지 않는 설계자


알파벳은 기업이 아니라 구조다.


상품이 아니라 세계관이다.


그들의 진짜 무서움은


기술력이 아니라


‘연결의 완성도’에 있다.


검색에서 시작된 흐름은


이미 인간의 사고 패턴에 닿아 있고


그 방향을 미묘하게 유도하고 있다.


우리는 생각한다고 믿지만


이미 마련된 경로 위에서


선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모든 길 끝에


바나나 향이 남아 있다.




Image_fx (96).jpg


스며듦이라는 지배


특이점은 폭발하지 않는다.


조용히 번진다.


처음엔 편리함으로 시작해


그다음은 익숙함,


그리고 어느 순간


없으면 불안한 존재가 된다.


지금의 구글은


그 경로를 정확히 걷고 있다.


향은 천천히 퍼지고


사람들은 스스로 다가가고


시스템은 더 깊어지고


의존은 자연스러워진다.


이건 기술의 승리가 아니라


‘습관의 장악’이다.



Whisk_d6f90c89c15ce3a9b73493e3dec6edffdr.png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 있다


이제 질문은 바뀐다.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라


“어디까지 스며들 수 있는가”로.


구글의 바나나 향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향을 거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것이 가장 정확한


시대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Image_fx - 2025-11-05T225425.459.jpg




작가의 말


구글은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향을 남길 뿐이다.


그리고 그 향은


무의식 속까지 침투해


사고의 흐름을 바꾼다.


이제 우리는


AI 시대의 중심에서


향기를 맡고 있다.


짙어지는 바나나 향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시대의 진짜 질문은


아마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처음 마셔본, 낯선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