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원
부산 동아이용원, 그 오래된 시간의 조각
부산 금정구 금사로 67번지.
한때 이 주소에는 ‘동아이용원’이라는 작은 이발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지도 앱으로 보면 여전히 그 자리에 이름이 남아 있지만, 지금은 재개발과 함께 사라진 오래된 공간이다.
동아이용원은 단순히 머리를 자르는 곳 이상이었다. 그곳에는 나무로 된 오래된 거울과 손때 묻은 의자, 그리고 세월의 흔적을 담은 표창장이 걸려 있었다. 이 이발소를 운영하던 박상구 이발사는 오랜 세월 동안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머리를 손질했다.
손님들은 나무 의자에 앉아 비눗거품을 듬뿍 올리고, 가죽 스트랩에 사박사박 날을 간 면도칼로 깔끔하게 면도를 받았다. 이발사 아저씨는 플라스틱 분무기로 얼굴을 닦아주고, 세탁비누로 머리를 감겨주며 손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시절, 이발소는 단순히 머리를 다듬는 곳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의 작은 커뮤니티였다. 그곳에서 오가는 이야기들은 동네의 역사였고, 이발소의 낡은 거울과 오래된 도구들은 그 시간을 고스란히 담아두었다.
이제는 지도 위에 이름만 남은 동아이용원.
하지만 그곳에서 흘러간 시간들은 여전히 누군가의 추억 속에 살아 있다.
하이오렌지필름은 그런 이야기를 담아내는 일을 계속하며, 사라진 공간들의 따뜻한 기억을 기록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