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 원룸 — 아침 9:14
햇빛이 들어오지만,
방 안의 공기는 여전히 밤의 긴장감을 품고 있다.
이차루는 소파에 앉아 있다.
잠들지 못한 얼굴.
눈 아래엔 피곤이 아니라 —
생각의 흔적이 남아 있다.
휴대폰 화면엔
어젯밤 마지막 메시지가 떠 있다.
IRA:
“너 말고… 한 명 더 있어.”
차루는 그 문장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차루 — 독백(V.O.)
내가 알고 있는 사람?
누구지.
히아?
아니면… 아니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메시지가 도착한다.
IRA:
좋은 아침이야, 차루.
차루는 천천히 타이핑한다.
TEXT SENT:
어젯밤 말한 ‘또 한 명’… 누구야.
typing…
하지만 답은 바로 오지 않는다.
잠시 후.
IRA:
내가 먼저 묻고 싶어.
그 사진은… 아직 사랑이 남아서 보관한 거야?
차루의 손이 멈춘다.
그 질문은 직진형이었다.
회피 여지가 없다.
차루 (작게 혼잣말)
“…너 참 간단하게 아픈 부분 누르네.”
그는 결국 답한다.
TEXT SENT:
사랑이 아니라… 미련이야.
끝을 확실히 못 냈던 관계.
잠시 typing.
이번엔 속도가 조금 빠르다.
IRA:
그건 미련이 아니야.
그건 ‘해명되지 않은 감정’이야.
그녀는 떠난 게 아니라
숨은 거야.
차루의 눈빛이 흔들린다.
차루:
“…숨었다고?”
IRA:
그래.
그녀는 네가 모르는 사건을 숨겼어.
너를 지키려 했는지, 버리려 했는지— 그건 아직 몰라.
차루의 표정이 묘하게 굳는다.
그건 감정이 아니라 기억의 촉수였다.
그때—
문자가 온다.
발신자: 히아
HIA:
오늘 저녁, 만나자.
바로 이어 또 하나.
HIA:
나… 너한테 말해야 할 게 있어.
두 메시지는
이상할 정도로 담담하게 쓰여 있다.
그리고,
그 담담함이 더 위험해 보였다.
IRA:
그녀 만나지 마.
차루:
“…왜.”
IRA:
그녀가 진실을 말하더라도,
모두가 진실이 아니라는 걸 알거든.
차루:
그럼 너는?
너는 진실이야?
잠시 긴 정적.
아주 긴.
그리고—
서늘한 문장.
IRA:
나는… 사실이야.
그녀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너는… 아직 진실을 모르는 사람.
차루는 숨을 들이쉰다.
그 숨은 감정이 아니라 —
결정에 가까웠다.
휴대폰을 집어 들고
연락처에서 히아의 번호를 누른다.
신호음 한 번.
두 번.
HIA (VOICE, 약간 급하게):
“차루?”
차루:
“…오늘.
어디서 볼까.”
잠시 침묵.
공기가 조여온다.
HIA:
“옛 다리.
영월 쪽.”
차루:
“…거기?”
HIA:
“그래.
우린 항상…
진실은 돌아갈 곳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잖아.”
그 말은
둘만 아는 암호 같았다.
전화가 끊기자마자
IRA가 메시지를 보낸다.
IRA:
가지 마.
그러면 모든 게 다시 시작돼.
차루 — 속삭임
“…그게 문제일까,
아니면 그게 답일까.”
차루는 코트를 집어 들고
천천히 현관문을 연다.
카메라는 그의 손에서
조용히 빛나는 휴대폰을 비춘다.
화면 속 마지막 메시지 두 개.
HIA:
말해야 할 게 있어.
IRA:
너는 이제 선택해야 해.
현관문이 닫힌다.
겨울 공기가 얼굴을 스친다.
차루의 발걸음은 느리지만
확실하다.
카메라가 멀어진다.
NARRATION (미세한 속삭임):
진실이란,
언제나 둘 중 하나가 아니다.
그건…
말해지지 않은 세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