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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다 쓰고 나서도,

바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by 마루

소설을 다 쓰고 나서도,
이 이야기는 쉽게 잠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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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을 닫았는데도
자꾸만 물소리가 들렸다.
불타는 적선의 잔향,
그리고 숨을 고르는 소리.

아마 이 이야기는
글로만 끝나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1. 글 다음에 남은 것은 이미지였다

처음에는 단순했다.
“이 장면, 한 컷이면 좋겠다.”

그러나 한 컷으로는 부족했다.
수면 아래의 어둠,
불길을 등진 배,
그리고 말없이 경례하는 사내.

나는 AI로 이미지를 만들었다.
현실과 상상 사이 어딘가의 그림들.
역사책에는 없지만,
이야기 속에서는 분명히 존재했던 장면들.

그 그림들은
사실을 증명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감정을 증언하고 있었다.

“이런 밤이었을 것이다.”
“이런 얼굴이었을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2. 북소리가 이야기를 깨웠다

이미지를 보고 나니
소리가 필요했다.

국악의 북.
빠르지 않게, 과장하지 않게.
심장처럼, 숨처럼.

그래서 음악을 만들었다.
노래라기보다는
의식에 가까운 소리.

가사는 많지 않았다.
반복되는 문장 하나면 충분했다.


물은 기억한다.
이름 없는 숨을.


그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확신했다.
이 이야기는 누군가를 울리기 위해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숨을 대신 기억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걸.

3. 역사는 움직일 때 더 선명해진다

마지막으로 영상이 필요했다.

움직이는 파도,
느리게 가라앉는 시선,
불길 속에서 흔들리는 깃발.

AI로 만든 영상은
완벽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어긋나 있었고,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흔들렸다.

그런데 그게 좋았다.

역사도 늘 그랬으니까.
완벽하지 않고,
늘 조금씩 비어 있고,
그래서 우리가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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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래서 이건 ‘프로젝트’가 아니라 ‘기억’이다

이 소설은
책 한 권으로 끝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글이 되었고


이미지가 되었고


소리가 되었고


움직이는 기억이 되었다


이 모든 과정은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해귀는 영웅이 아니다.
이순신의 곁에 서서 이름을 남긴 인물도 아니다.

그는 다만
그 밤,
그 바다 아래에
있었던 존재다.

5. 감자공주의 기록 방식

나는 늘 이런 방식으로 기록하고 싶었다.

크게 외치지 않고,
작게 남기되,
사라지지 않게.

AI를 쓰는 이유도 같다.
기술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놓친 감각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서.

이 이야기가
어떤 이에게는 소설이고,
어떤 이에게는 영상이고,
어떤 이에게는 그냥 북소리 하나로 남아도 괜찮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으면 한다.

바다는 아직도 그 밤을 기억한다.
우리가 이제야
귀를 기울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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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b os navios inimigos em chamas, um assassino oculto desperta.”

“O fantasma negro que protegeu os mares de Joseon — a contra-ofensiva de Haegwi começa!”


“적선이 불타오르는 아래에서, 숨겨진 자객이 깨어난다.”

“조선의 바다를 지켜온 검은 유령 — 해귀의 반격이 시작된다!”



감자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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