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물
글: 감자공주
검은 물을 품은 낡은 급수탑, 흑물탑은 해 질 녘의 붉은 노을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서 있었다.
강원도의 바람은 군데군데 흙먼지를 일으키며 플랫폼을 스쳤고, 석탄 타는 냄새와 군부대 훈련장의 쩌렁거리는 함성이 공기 속에 묘하게 뒤섞였다. 원주는 군사 도시였다.
그 사실은 철로 위로 스며든 어둠처럼, 사람들의 일상에도 늘 굳건함과 쓸쓸함을 함께 남기고 있었다.
순덕은 낡은 교복 치마를 여미며 플랫폼 끝에 서 있었다.
품에 안은 작은 배낭은 오래된 마음처럼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벤치 위에 놓인 찐계란 한 바구니에서는 막 벗겨낸 껍질에서 퍼져 나오는 고소한 김이 흘러나왔지만, 순덕의 손끝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할머니가 새벽부터 정성껏 삶아주신 계란이었다.
“멀리서 오는 귀한 손님 줄 거니, 잘 가지고 있으렴.”
그 목소리와 손길이 아직도 머리맡에 남아 있었지만, 기다림은 계란의 온기보다 훨씬 무겁고 길었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멀리서 쇳소리를 긁는 듯한 기적 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순덕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검은 연기를 몰아내며 기차가 흑물탑 옆을 스쳐 지나와 플랫폼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쇳덩이가 내는 마찰음, 뜨겁게 분출되는 수증기, 매캐한 연기 냄새가 한꺼번에 덮쳐오자 순덕은 저도 모르게 두 손을 움켜쥐었다.
문이 열리자, 군복을 입은 사내들이 하나둘 내려섰다.
짧게 깎은 머리와 흙먼지가 묻은 군화, 그들의 눈빛은 낯선 땅에 대한 경계와 긴 세월의 피로를 함께 머금고 있었다. 순덕은 눈을 크게 뜨고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낯익은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기다림은 순식간에 절망으로 스러졌다.
삐익—. 기적 소리가 흑물탑을 흔들며 퍼져나갔다. 기차는 다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순덕의 시선이 마지막 객실 창에 닿았다.
낡은 종이 봉투를 손에 든 군인 하나가 힘겹게 창문을 열고 있었다.
흙먼지 묻은 군복, 지친 눈빛, 그러나 순덕을 향해 번지는 희미한 미소. 바로 영준이었다.
종이 봉투는 예전에 원주 군인 극장 앞에서 함께 먹던 뻥튀기를 담던, 그 기억의 봉투였다.
기차가 서서히 움직이자 영준은 손을 내밀 듯 크게 흔들었다.
순덕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터져 나왔다.
“오빠…!”
목소리가 닿기도 전에 기차는 검은 연기 속으로 삼켜져 갔다.
남은 건 멀어져가는 쇳소리와 가슴속을 파고드는 기적의 메아리뿐이었다.
순덕은 찐계란 바구니를 품에 꼭 끌어안고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강원도의 바람은 여전히 차가웠고, 흑물탑은 묵묵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군사 도시 원주의 쓸쓸한 풍경 한가운데에서, 순덕은 또 다른 기다림을 시작하고 있었다.
언젠가 다시 기차가 영준을 데려올 날을 기약하며, 그녀의 가슴속 애절한 희망은 아직 식지 않은 계란의 온기처럼 뜨겁게 살아 있었다.
기차는 흑물탑 옆을 스치며 천천히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플랫폼 끝, 교복 치마를 여미고 서 있는 순덕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바구니에 꼭 끌어안은 찐계란, 그리고 붉은 노을 속에서 흔들리던 작은 어깨. 나는 순간 목이 메었다. 손을 들어 흔들었지만, 이미 기차는 거대한 쇳소리를 내며 순덕을 멀리 밀어내고 있었다.
차창에 이마를 대자 차가운 유리가 피부를 파고들었고, 그 서늘한 감촉 속에서 기억은 순식간에 과거로 흘러들었다.
원주 읍내의 흙먼지 날리던 비포장길을 벗어나면, 낡은 군인극장 간판 아래로 젊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던 골목이 있었다.
그 골목 허름한 술집 구석에는 언제나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자리한 캡틴큐 한 병이 있었다.
싸구려 위스키라 불리며 비웃음을 사기도 했지만, 그때 우리에게 캡틴큐는 단순한 술이 아니었다.
얼음을 구하기조차 힘들던 시절, 손때 묻은 종이컵에 따라 나눠 마시던 그 거친 향은 청춘의 불안과 들뜸, 뜨겁게 요동치던 심장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순간, 마치 불덩이가 우리 안을 태우며 흘러가는 듯했다.
휴가 나온 친구들이 전해주던 서울의 이야기는 늘 동대문 야구장으로 향했다.
"야, 거긴 캡틴큐 마시면서 목 터져라 소리 질러도 아무도 뭐라 안 해!"
친구의 눈은 푸른 조명에 반사된 듯 반짝였다. 야구장은 언제나 소란의 도가니였다.
홈런이 터지면 관중석은 폭죽처럼 터져나갔고, 응원가가 이어질 때면 낡은 콘크리트 벽까지 떨려왔다. 우리는 그 소란 속에서 캡틴큐를 손에 쥐고 있었다.
술에 취한 건지, 함성에 취한 건지 모른 채 목청껏 외쳤고, 콧속 가득 스며든 것은 끈적한 맥주 냄새와 땀, 그리고 달큰하게 번지던 캡틴큐의 향이었다.
어둑해진 원주역 플랫폼, 흑물탑의 검은 그림자가 바닥을 길게 덮을 무렵이면 우리는 기차를 기다리는 대신 서로의 어깨에 기대앉아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던 군부대의 점호 소리는 때로 서정적인 기적처럼 마음을 울렸다.
차갑고 거친 콘크리트 계단에 걸터앉아 떨리는 손으로 종이컵에 캡틴큐를 따르던 순간, 얼굴은 찡그려졌지만 서로의 눈빛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씁쓸한 여운이 입안에 맴돌았지만, 종이컵을 부딪칠 때 울리던 "탁" 하는 소리는 우리의 청춘을, 그리고 우정을 단단히 묶어 주었다.
이제 동대문 야구장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차가운 유리와 철골의 DDP가 들어섰다.
캡틴큐라는 이름도 젊음의 한쪽 서랍에 오래전 박제된 듯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때의 온기는 아직 남아 있다. 한 모금에 얼굴을 찡그리며 웃던 우리, 허름한 야구장 계단에서 푸른 불빛을 올려다보던 밤, 흑물탑 역에서 기차 대신 청춘을 기다리던 저녁. 그리고 어설픈 손길로 부딪히던 종이컵의 소리까지.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캡틴큐의 거친 향을 떠올리는 순간, 나는 언제든 그 시절의 함성 속으로, 원주의 바람이 품었던 청춘 속으로 들어간다.
젊음의 맛은 완벽하지 않았기에 더 진했고, 싸구려 술이었기에 더욱 뜨거웠다.
사라진 지금도, 캡틴큐는 단지 술이 아니라 오래된 기억의 통로로 남아 우리를 그 시절로 이끈다.
그 기억의 통로는 나를 충북 제천시 백운의 강가로 데려갔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곳으로. 백운의 기찻길 아래, 이른 여름의 물빛은 칼날처럼 투명하게 반짝였다.
발을 담그면 뼛속까지 시릴 듯한 물살이 바위에 부딪혀 쨍- 하고 흩어졌고, 풀잎 사이에서 매미들이 쏟아내는 울음은 공기를 찢을 듯 날카로웠다.
그러나 그 소리조차 청춘의 배경음처럼 활기차게 들렸다.
그날 순덕이는 낡은 포니 승용차에서 내렸다.
차 문이 삐걱이며 열리자 여름 햇살에 달궈진 비닐 냄새와 콩기름 냄새가 섞여 코끝에 번졌다.
땀에 젖은 손수건으로 이마를 훔치던 아버지는 솥단지를 번쩍 들며 웃었다.
“오늘은 천렵이야, 순덕아. 이 맛에 사는 거지.” 그러나 그의 미간에는 묵직한 삶의 무게가 깊이 새겨져 있었다.
나는 친구들과 통기타를 둘러메고 강가에 앉아 있었다. 줄을 튕기면 ‘딩—’ 하는 울림이 강물 위로 퍼져나갔고, 곧이어 매운탕을 먹으며 “캬!” 소리치던 웃음이 합창처럼 이어졌다.
숯불에 떨어진 돼지고기 기름이 타며 치익거리는 소리와 고소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번졌다.
바로 그때였다. 작은 돌멩이를 손에 쥔 순덕이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눈빛은 젖은 흙냄새처럼 싱그럽고 선명했다. 팔을 휘저어 던진 돌은 강물 위를 일곱 번이나 튀어갔다. 톡, 톡, 톡… 여름날의 가장 청량한 리듬이 내 심장을 두드렸다.
물수제비를 던지던 그녀의 손끝이 내 손등을 스쳤을 때, 순간적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감촉은 차가운 강물과 숯불의 뜨거움, 그리고 눅눅한 여름 공기 속에서도 가장 선명하게 남았다.
아직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았는데, 이미 내 안에는 파문처럼 번져가는 떨림이 있었다.
마치 훗날 내 삶의 길을 바꿔놓을 복선처럼.
순덕이의 아버지가 솥단지 뚜껑을 열자, 김이 하얗게 피어올라 햇빛에 녹아내렸다.
강둑 위 낡은 화물차 짐칸에서는 막걸리 잔이 덜컥거리며 부딪히는 소리가 정겹게 울렸다.
그 속에서 순덕의 웃음은 물살보다 투명하고, 내 기타 소리는 그 웃음을 따라가듯 자꾸만 커졌다.
그날 강가의 빛과 냄새와 소리, 그리고 그녀의 눈빛은 내 청춘의 첫 페이지에 강렬하게 새겨졌다.
훗날 나는 알게 되었다. 그날의 설렘이 단순한 여름날의 추억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걸어갈 모든 이야기를 열어젖힌 운명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백운의 강가에서 순덕을 처음 만난 순간은 내 인생의 서두이자 예고편이었다.
훗날 나는 작가가 되었고, 영화관 스크린에서 설경구가 외치던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절규를 들으며, 그 목소리가 곧 내 목소리임을 깨달았다.
청춘은 언제나 지나가 버리지만, 사라지지 않고 다른 이름으로, 다른 장면으로 다시 살아난다.
내 글 속에서,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이야기 속에서.
하지만 우리의 청춘은 낭만으로만 채워지지 않았다. 8월의 어느 밤, 열기는 숨통을 죄듯 버스 안을 짓눌렀다. 낡은 차창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뜨겁기만 했고, 시트에 몸을 붙이고 있던 사람들의 땀 냄새가 서로 뒤섞였다.
그 순간, 얼룩무늬 군복을 입고 검은 베레모를 눌러쓴 군인 몇이 술에 취한 채 버스 안으로 휘청거리며 올라탔다. 손에 들린 소주병은 반쯤 비어 있었고, 차창에 부딪히며 "깡" 하는 소리를 냈다.
“야, 내가 누군 줄 알아? 나는 검은 베레모야! 이 동네에서 나 모르는 놈 있냐?”
허공을 향해 외치는 목소리는 취기와 오만이 뒤섞여 있었다. 승객들은 숨을 죽였고, 아이는 울음을 삼키며 어머니 품에 얼굴을 묻었다.
군인들의 발걸음은 좁은 통로를 차지하며 덜컹거렸고, 그들이 뿜어낸 술 냄새는 마치 화약 냄새처럼 매캐하게 퍼졌다.
잠시 후, 버스가 멈춰 섰고 1군지사 헌병 몇이 달려왔다.
그러나 그들의 눈빛은 흔들렸고, 손은 허공에서 망설였다.
군복을 입은 자들을 군복으로 제압할 수 없는 아이러니. 동승한 장교조차 창밖을 응시한 채 침묵만 길게 늘였다. 그 침묵 속에서 군인들의 고함은 더욱 커졌다.
밤이 내릴 무렵, 그들은 학성동 홍등가 골목으로 흘러들어갔다.
네온사인 불빛은 끊어진 전선처럼 깜박였고, 골목 입구에는 맥주병이 깨져 유리 파편이 반짝였다.
군인들은 술병을 휘두르며 노랫소리를 내질렀고, 간판 아래서 벌벌 떨던 노점상들은 황급히 자리를 치웠다. 싸구려 향수 냄새와 막걸리 냄새, 그리고 땀에 젖은 군복의 비린내가 뒤엉켜 골목을 메웠다.
그때 전파사 앞 TV에서는 또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나라는…” 전두환 대통령의 담화였다.
화면 속 단호한 얼굴과 낮게 깔린 목소리는 골목의 난동과 겹쳐져 기묘한 대비를 이루었다. 한쪽에서는 권력의 목소리가 질서를 말하고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권력의 그림자가 술에 취해 거리를 휘젓고 있었다.
나는 골목 끝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네온사인 불빛은 희미하게 깜박였고, 검은 베레모 아래 눈빛은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불안에 떠는 듯, 그러나 그 불안마저 술기운으로 지워버리는 듯 보였다.
시대의 얼굴이란, 어쩌면 저런 뒤엉킴이 아닐까.
매주 수요일, 교정 끝 허름한 건물 2층 강의실에 불이 켜졌다.
백열등은 희미하게 흔들렸고, 창문 밖으로는 어둠이 한껏 밀려와 있었다.
좁은 책상 위에는 전단지와 필사한 글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선배들의 목소리는 밤이 깊을수록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우리가 이렇게라도 모이지 않으면, 이 나라의 진실은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다.”
굳은 얼굴로 말하던 선배의 눈빛은 불빛에 번쩍였고, 그의 말 뒤로 교실은 잠시 정적에 잠겼다.
누군가 연필로 책상을 두드리며 다시 이야기를 이었고, 토론은 언제나처럼 격렬하게 이어졌다.
그러나 그 열기 뒤에는 차가운 긴장이 늘 깔려 있었다.
교문 앞에 멈춘 낯선 검은 세단, 모퉁이마다
서성이는 수상한 그림자. “조심해라, 오늘도 누가 지켜본다더라.” 선배가 낮게 건넨 말은 농담처럼 흘려보낼 수 없었다. 자유롭게 외치는 목소리 뒤에는 언제나 무언가 들이닥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배어 있었다.
나는 그 두려움을 숨기려 애썼다.
더 크게 웃고, 더 길게 말하며, 내 안의 떨림을 가렸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주머니 속에서 꺼낸 찐계란을 손에 쥐는 순간, 나는 그 방어가 얼마나 연약한지 알았다.
껍질을 벗기는 동안 손가락 끝에 전해지는 따뜻함, 짭짤한 흰자의 맛, 퍽퍽한 노른자가 목을 메우는 감각. 그것은 원주역에서 어머니가 쥐여주던 그 온기와 다르지 않았다.
낯선 세상 한복판에서도 나를 지탱해 주는 작은 버팀목.
순덕이가 흑물탑 역에서 바구니에 계란을 품고 기다리던 그날의 장면이 문득 겹쳐졌다.
나와는 다른 자리에서, 그러나 같은 무게로 기다림과 두려움을 안고 있던 소녀. 그녀가 품었던 계란의 온기와 내가 쥔 이 계란의 온기가 묘하게 이어지는 듯했다.
마치 다른 길 위에 서 있었지만, 결국 같은 강물로 흘러 들어가는 두 개의 지류처럼.
그 시대는 늘 어둠과 빛이 동시에 존재했다. 거리에는 민주를 외치던 이들의 발걸음이 있었고, 동시에 그 발걸음을 꺾으려는 냉혹한 권력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나는 아직 그 거대한 어둠을 바꿀 힘은 없었지만, 적어도 내 자리를 잃지 않고 서 있으려 애썼다. 그리고 마음속에 품은 작은 온기, 그 계란 같은 기억이 나를 버티게 했다.
그렇게 한 해가 흘렀다. 봄이 다시 돌아오고, 교정에는 벚꽃이 터지듯 흩날렸다.
그날, 나는 우연히 새내기 후배 하나를 만났다. 아직 세상의 낯섦에 눈이 휘둥그레진 그녀의 표정은, 마치 과거의 나를 거울처럼 비추는 듯했다.
그녀의 웃음 속에서 나는 어쩐지 순덕의 웃음을 겹쳐 보았다.
그 만남이 내 삶의 다음 장을 어떻게 열지, 그때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익숙함과 낯섦 사이를 오가던 내 청춘이 이제 또 다른 이야기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예감했다.
<끝>
이 글 속의 찐계란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기다림과 지탱, 그리고 서로 다른 자리에서 이어지는 인연의 복선이었습니다.
순덕의 계란과 나의 계란, 그리고 대학에서 만난 한 후배의 웃음은 결국 같은 길 위에서 만나게 될 이야기의 단서였음을, 지금에 와서야 더 깊이 깨닫습니다.
검은 베레모의 군인들과 전파사 TV 속 담화는, 한 시대의 모순과 불안을 상징하는 두 얼굴이었습니다. 그날의 풍경은 단순한 소란이 아니라, 역사라는 긴 그림자가 개인의 삶에 드리운 무게였습니다.
나는 그 그림자를 기억하는 글로 다시 불러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