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훔칠 수 없는 것을 파는 가게

비밀방

by 마루

[비밀의 방, 그 두 번째 기록]

​훔칠 수 없는 것을 파는 가게

​"이걸 공개하면 누군가 따라 하지 않을까?"

​새벽 2시, 모니터의 푸른 빛이 얼굴 위로 어른거렸다. 브런치 작가 서랍에 저장된 글을 보며 나는 잠시 망설였다. 세상은 하이에나 같다. 괜찮은 먹잇감이다 싶으면 순식간에 물어뜯고, 뼈대만 남긴 채 복제품을 쏟아낸다.

​하지만 곧 피식 웃음이 나왔다.

'따라 할 테면 해보라지.'

​이 사업의 핵심은 시스템이 아니었다.

앱(App)이라는 거창한 껍데기도 아니었다.

그건 **'나'**라는 필터와 **'동생'**이라는 아날로그 엔진이 결합해야만 돌아가는 기묘한 기계였다. 내가 쓴 문장의 온도, 동생이 붓끝으로 찍어내리는 그 순간의 기운. 그건 코딩으로 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 아이디어는 드러낼수록 신비해질 것이다.

비밀은 감출 때가 아니라, '보여주는데 닿을 수 없을 때' 가장 매혹적이니까.

​"복잡한 어플은 필요 없어. 그건 너무... 상업적이야."

​나는 노트에 그렸던 복잡한 개발 도면을 찢어버렸다. 대신 심플한 웹페이지 하나를 구상했다. 마치 숲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오두막 같은 느낌.

​[접속하시겠습니까?]

​그 링크를 타고 들어오면 딱 두 개의 문이 보인다.

왼쪽은 [타로의 방], 오른쪽은 [화투의 방].

​화면을 채우는 건 내가 찍은 원주의 풍경과 AI가 몽환적으로 섞인 37장의 타로 카드, 그리고 12장의 화투 패다. 그것들은 뒤집혀 있다. 오직 직관만이 작용하는 공간.

​고객이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숨을 고르고, 자신의 운명을 건 두 장의 카드를 고르는 것.

그리고 그 번호를 기억해 **'비밀 통로(DM 혹은 카카오톡)'**로 노크하는 것이다.

​"딩동."

​상상 속에서 스마트폰 진동이 울렸다.

요즘 MZ세대에게 전화나 게시판은 낡은 방식이다. 그들은 **DM(Direct Message)**으로 속삭이길 좋아한다.

​고객: "타로 방, 7번과 21번. 제 소원은 '이직'입니다."

​나: (잠시 침묵 후) "7번 전차 카드와 21번 세계 카드라... 흐름이 강력하군요. 하지만 7번의 바퀴가 조금 삐걱거립니다. 계좌가 열렸습니다. 복채가 입금되면 동생이 붓을 들 겁니다."

​이건 쇼핑몰 결제가 아니다.

은밀한 **'거래'**다.

공개된 카카오톡 방이나 인스타그램 DM은 마치 점집의 문지방을 넘는 것과 같다. 자동화된 봇(Bot)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이 건네는 첫마디.

​"당신, 제대로 찾아왔군."

​나는 의자를 뒤로 젖히며 확신했다.

이건 어플이 아니라 **'초대장'**이어야 한다.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선택된 자만이 말을 걸 수 있는 곳.

​타로 37장, 화투 12장.

그 속에 내 사진을 녹이고, AI로 기묘한 분위기를 입힌다.

그리고 마지막엔 동생이 붓으로 '화룡점정'을 찍어 우편으로 보낸다.

​이 완벽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을 누가 흉내 낼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브런치에 올릴 글의 제목은 이미 정해졌다.

​[당신의 운명을 예약받습니다. 단, 아무나는 안 됩니다.]

​이제 문을 열 시간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