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방
[비밀의 방, 그 두 번째 기록]
훔칠 수 없는 것을 파는 가게
"이걸 공개하면 누군가 따라 하지 않을까?"
새벽 2시, 모니터의 푸른 빛이 얼굴 위로 어른거렸다. 브런치 작가 서랍에 저장된 글을 보며 나는 잠시 망설였다. 세상은 하이에나 같다. 괜찮은 먹잇감이다 싶으면 순식간에 물어뜯고, 뼈대만 남긴 채 복제품을 쏟아낸다.
하지만 곧 피식 웃음이 나왔다.
'따라 할 테면 해보라지.'
이 사업의 핵심은 시스템이 아니었다.
앱(App)이라는 거창한 껍데기도 아니었다.
그건 **'나'**라는 필터와 **'동생'**이라는 아날로그 엔진이 결합해야만 돌아가는 기묘한 기계였다. 내가 쓴 문장의 온도, 동생이 붓끝으로 찍어내리는 그 순간의 기운. 그건 코딩으로 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 아이디어는 드러낼수록 신비해질 것이다.
비밀은 감출 때가 아니라, '보여주는데 닿을 수 없을 때' 가장 매혹적이니까.
"복잡한 어플은 필요 없어. 그건 너무... 상업적이야."
나는 노트에 그렸던 복잡한 개발 도면을 찢어버렸다. 대신 심플한 웹페이지 하나를 구상했다. 마치 숲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오두막 같은 느낌.
[접속하시겠습니까?]
그 링크를 타고 들어오면 딱 두 개의 문이 보인다.
왼쪽은 [타로의 방], 오른쪽은 [화투의 방].
화면을 채우는 건 내가 찍은 원주의 풍경과 AI가 몽환적으로 섞인 37장의 타로 카드, 그리고 12장의 화투 패다. 그것들은 뒤집혀 있다. 오직 직관만이 작용하는 공간.
고객이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숨을 고르고, 자신의 운명을 건 두 장의 카드를 고르는 것.
그리고 그 번호를 기억해 **'비밀 통로(DM 혹은 카카오톡)'**로 노크하는 것이다.
"딩동."
상상 속에서 스마트폰 진동이 울렸다.
요즘 MZ세대에게 전화나 게시판은 낡은 방식이다. 그들은 **DM(Direct Message)**으로 속삭이길 좋아한다.
고객: "타로 방, 7번과 21번. 제 소원은 '이직'입니다."
나: (잠시 침묵 후) "7번 전차 카드와 21번 세계 카드라... 흐름이 강력하군요. 하지만 7번의 바퀴가 조금 삐걱거립니다. 계좌가 열렸습니다. 복채가 입금되면 동생이 붓을 들 겁니다."
이건 쇼핑몰 결제가 아니다.
은밀한 **'거래'**다.
공개된 카카오톡 방이나 인스타그램 DM은 마치 점집의 문지방을 넘는 것과 같다. 자동화된 봇(Bot)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이 건네는 첫마디.
"당신, 제대로 찾아왔군."
나는 의자를 뒤로 젖히며 확신했다.
이건 어플이 아니라 **'초대장'**이어야 한다.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선택된 자만이 말을 걸 수 있는 곳.
타로 37장, 화투 12장.
그 속에 내 사진을 녹이고, AI로 기묘한 분위기를 입힌다.
그리고 마지막엔 동생이 붓으로 '화룡점정'을 찍어 우편으로 보낸다.
이 완벽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을 누가 흉내 낼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브런치에 올릴 글의 제목은 이미 정해졌다.
[당신의 운명을 예약받습니다. 단, 아무나는 안 됩니다.]
이제 문을 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