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소설] 성탄절, 미션 실패의 기록
성탄절이었다.
사람들은 트리를 찍고 있었고, 나는 구팡이츠 미션 시간을 찍고 있었다.
쿠팡 앱은 계속 울렸다.
마감 임박. 보너스 13건 32.000원 미션.
쿠팡이츠 구애여다.
출발지는 한라대학교였다.
주문 내역을 다시 확인했다.
닭발하나, 품장어 하나.
한라대 언덕은 생각보다 길었다.
시내에서 이마트 지나는 길은 막혔고, 차는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눈은 안 왔는데, 바퀴가 미끄러지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시간이 줄어들고, 엑셀을 밟으면 사고가 날 것 같았다.
시간이 계속 깎였다.
앱을 새로고침했다.
로딩. 다시 로딩. 초단이 시간은 흘러간다.
마지막 1분.
화면이 멈췄다.
그리고 실패.
팝업 하나가 전부였다.
이유도 설명도 없었다.
미션 실패.
핸들을 한 번 쳤다.
소리가 안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둔탁한 소리가 났다.
“스브럴아.”
순간 쌍욕이 나왔다.
누가 들을까 봐 낮게 씹어뱉었다.
크리스마스 이날은 계속 이런 식이었다.
닭발 주문이 하나 더 있었는데, 손님이 무뼈를 찾았다.
무뼈 닭발이 없다고 말하니까, 그럼 취소하겠다고 했다.
닭발은 원래 뼈가 있는 거라고, 말하지 않았다.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았다.
그 사이에 시간은 또 줄었다.
미션은 이미 끝났고, 몸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이게 제일 열받는 상태였다.
터미널 근처에서 지인을 만났다. .약속이라기보단 그냥 만난 거였다.
나는 앉자마자 소주를 마셨다.
안주 맛은 기억나지 않는다.
한라대 얘기를 했다. 미션 얘기를 했다. 닭발 얘기도 했다.
말은 많았는데, 요지는 하나였다. 오늘 하루가 통째로 날아갔다는 것.
지인은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잔만 만지작거렸다.
그 침묵 때문에 괜히 더 말하게 됐다.
밖으로 나왔을 때 바람이 셌다.
계산은 내가 했다.
미션 중에 빼놨던 피자랑 치킨이 차에 있었다.
식지는 않았지만, 따뜻하다고 하긴 애매한 온도였다.
그걸 지인한테 안겼다.
받기 싫다고 했다.
네가 안 받으면 내가 더 열받을 것 같아서 그냥 들고 가라고 했다.
지인은 아무 말 없이 걸어갔다. 단계동 코오롱 아파트 쪽이었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뒷모습을 봤다.
피자랑 치킨 무게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날이었는지.
어깨가 유난히 내려가 있었다.
미션은 실패했고, 돈은 못 벌었고, 하루는 사라졌다.
그런데 그 뒷모습을 보니까 이상하게 더 화가 나지는 않았다.
그냥 오늘은 이런 날이었구나 싶었다.
성탄절이었다.
누군가는 축복을 받았고, 누군가는 언덕을 오르다 미션을 놓쳤다.
나는 그중 하나였다.
뉴스에서 쿠팡소식이 나온다
잠수부 동원 중국 직원 애플 노트북을 찿아다고.
고객 추가 유출은 없는것 같다고.
정부보다 먼저 발표를 한다.
지금 내폰에 추가 쿠팡이츠 미션이 들어온다
크리스마스 13건 배달 3만원 미션이..
스브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