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3부|표준 이후
― 미래
미래의 도시는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하늘에는 시계가 없었다.
대신 모든 건물 외벽에
**흐름 지수(Flow Index)**가 표시되어 있었다.
지금 이 도시에서
“몇 시냐”는 질문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대신 이렇게 물었다.
“지금, 맞나요?”
1. 예측이 표준이 된 세계
미래의 원주는
시간을 세지 않았다.
시간을 앞질렀다.
모든 행동은
이미 계산되어 있었다.
신호등은 사람이 오기 전에 바뀌었고
버스는 기다리는 승객의 심박에 맞춰 도착했고
사고는 일어나기 전에 취소되었다
도시는 완벽했다.
너무 완벽해서
사람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나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알았다.
여기서는
사진이 필요 없다.
이미 모든 순간이
기록되기 전에
결정되어 있으니까.
2. 마지막 사진사
그래도 나는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아무도 묻지 않았다.
그 물건이
무슨 용도인지.
이 세계에서 카메라는
유물이었고,
불필요했고,
이해되지 않는 물건이었다.
한 관리자가 말했다.
“당신의 장비는
현재 표준과 호환되지 않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맞았다.
사진은
이 세계의 표준을
거부하는 도구였으니까.
3. 차루는 이미 와 있었다
그를 처음 본 건
유리처럼 투명한 관제실에서였다.
차루는
나보다 먼저 이곳에 도착해 있었다.
아니,
도착이라기보다는
남아 있었다는 표현이 맞았다.
그는 늙지 않았다.
젊지도 않았다.
시간의 영향이
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여긴 박자가 없어.”
차루가 말했다.
“모든 게
다음 박자를 먼저 알고 있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4. 미래의 표준
관제실 중앙에는
도시의 심장이 있었다.
심장이 아니라
모델이었다.
인간의 심박,
호흡,
미세한 떨림까지
모두 수집해
가장 효율적인 리듬으로
재배열한 것.
“이게 새로운 표준입니다.”
관리자가 말했다.
“불안도 없고,
지연도 없고,
오차도 없습니다.”
나는 그 모델을 보며
1980년의 골목을 떠올렸다.
숨을 고르던 사람들.
잠깐 멈춰 사진을 보던 아이.
그 모든 것이
이 모델에는 없었다.
5. 선택
차루가 내 쪽을 봤다.
“이제 네 차례야.”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세계는
둘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걸.
표준은
항상 하나만 남긴다.
하나는
이 세계에 동기화되어
완벽한 예측의 일부가 된다.
다른 하나는
표준에서 이탈해
기록으로만 남는다.
“누가 남을 거야?”
차루의 질문은
부드러웠다.
나는 카메라를 들었다.
6. 마지막 셔터
나는 모델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
경고음이 울렸다.
“비허가 기록 행위입니다.”
하지만 셔터는
이미 내려가 있었다.
그 순간,
도시 전체의 흐름 지수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아주 작은 오차.
측정 불가능한 정도.
그러나 표준은
그 정도의 오차도
용납하지 못한다.
관제실의 빛이
한 박자 늦게 깜빡였다.
차루가 웃었다.
“됐어.”
7. 누가 남았는가
도시는 다시 안정됐다.
완벽한 리듬으로.
관리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보고했다.
그는
내가 있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관제실 유리에는
한 사람만 비쳤다.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은
사진사.
차루였다.
나는
유리 바깥에 있었다.
기록 속에.
8. 표준 이후
미래의 도시는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
다만,
어딘가 설명할 수 없는 지점에서
사람들이 가끔
멈춰 섰다.
이유 없이.
의미 없이.
그 순간을
누군가는
불안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휴식이라 불렀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
그 멈춤이
사진으로 남았다.
출처 없는 사진.
시간 정보가 없는 이미지.
사람들은 묻는다.
“이건 언제 찍힌 거죠?”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마지막 문장 (3부작의 끝)
표준은 끝내 완성되었다.
그러나 리듬은
항상 한 사람만큼
남겨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