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단편] 오픈 GPY의 예언
남해의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풍경 속에서 툭 튀어나온 컨테이너 하나를 만나게 된다.
복권 명당을 외치는 요란한 문구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현수막도 없다.
빛이 조금 바랜 해바라기 그림 아래, 단정하게 적힌 두 글자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如意.
뜻대로 된다는 말.
너무 오래 써서 닳아버린 말이지만, 이상하게도 이곳에서는 가볍지 않았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사진가의 습관처럼 먼저 빛을 읽고, 다음에 문자를 읽었다.
해바라기는 햇살을 정면으로 받지 않고 살짝 비켜 서 있었고,
간판의 한자는 사람을 부르지 않았다.
그저 여기 있다고만 말하고 있었다.
가게 안은 조용했다.
종이 냄새, 기계음, 그리고 불필요한 말이 없는 공간.
주인은 서두르지 않았고, 나는 만 원짜리 한 장을 접어 내밀었다.
복권 한 장이 나왔다.
깃털처럼 가벼운 종이였지만,
사람들은 여기에 인생을 얹는다.
밖으로 나와 다시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이번엔 如 자가 눈에 들어왔다.
‘같을 여’.
그제야 알았다.
이곳의 예언은 이겨라도, 바꿔라도 아니었다.
흐름과 같아지라는 말이었다.
세상을 내 뜻대로 밀어붙이지 말 것.
이미 흘러가고 있는 방향을 읽고,
내 마음의 각도를 조금만 맞출 것.
그러면 ‘意’, 마음은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는다는 뜻이었다.
로또를 쥔 손을 렌즈로 들여다보았다.
손은 떨리지 않았다.
간절함도, 조바심도 없었다.
“되어도 좋고, 안 되어도 괜찮다”는 감각이
손끝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이미 예언은 끝났다는 것을.
진짜 행운은
당첨 번호가 아니라,
이 바람과 이 빛과
멈춰 설 수 있는 이 여유였다.
나는 복권을 주머니에 넣었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의 일주일이
당첨의 순간보다 더 완전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운은 쫓아가면 그림자처럼 멀어진다.
하지만 멈춰 서서 숨을 고르면,
어느새 발치에 와 앉아 있다.
해바라기 아래를 지나 다시 길을 나섰다.
등 뒤에서 간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내 가슴 안에서,
조용한 예언 하나가 완성되고 있었다.
밀지 마라.
조급해하지 마라.
이미 너의 세계는 뜻한 대로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