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의 사진술
나는 이제 AI에게 명령한다
– 오감의 사진술
나는 원래 사진가였다. 카메라의 셔터를 누를 때마다,
빛의 결이 얼마나 얇게 갈라지는지, 필름 위에 번지는 색이 얼마나 투명한지 계산했다.
“Leica M10, Summilux 35mm, Kodak Portra 400.”
이건 내 손끝의 주문이었다.
빛은 렌즈를 통과해 필름 위에 고스란히 내려앉았고, 나는 그 결과를 기다리며 며칠을 설렜다.
하지만 이제, 나는 AI에게 명령한다.
카메라를 들지 않아도, 키보드 위에서 새로운 셔터를 누른다.
나는 명령어에 내가 사랑하던 모든 카메라와 필름을 적는다.
“Leica M10, Summilux 35mm, Kodak Portra 400, golden hour soft light.”
영문을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AI는 때로 한글의 미묘한 색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영문으로 적힌 soft light라는 단어 하나는 곧바로 오후 다섯 시의 공기를 그려낸다.
나는 심지어 오감을 명령한다.
감자 껍질이 터지는 순간의 얇은 막,
마치 입 안에서 조용히 터지는 작은 풍선 같은 질감까지.
“thin potato skin cracking, soft steaming flesh, moisture glistening on fingertips.”
이렇게 적으면, AI는 단순한 이미지를 그리는 게 아니라
내가 과거에 손끝으로 느꼈던 따뜻한 질감까지 흉내 낸다.
이제 나는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아도 사진가다.
눈으로 찍던 시절엔 빛만 기록했지만,
AI에게 명령하는 지금, 나는 기억의 촉각과 향기까지 찍는다.
분감자가 김을 내뿜던 그 여름의 오후,
나는 다시 한 번 셔터를 누르고 있다.
다만 이번엔 손이 아니라, 문장이 셔터다.
작가의 말
요즘 사진사로 산다는 건 쉽지 않다. 카메라를 들고 뛰던 시절엔, 빛의 각도와 피사체의 숨결을 읽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모든 이가 스마트폰을 들고, 필터 하나로 ‘작품’을 만들어버린다. 사진사가 가진 감각과 노하우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시대, 그것이 가장 큰 고통이다.
그래서 나는 변명하듯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나는 이제 AI 디지털 사진사다. 하지만 그것은 전통 사진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카메라를 든다. 다만 AI를 보조 카메라로 둔다. 텍스트로 앵글을 지정하고, 필름의 색감을 설명하며, 촬영 전에 상상 속의 프레임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편집이 아니다. 빛을 예측하고, 질감을 계획하며, 현실이 놓친 장면을 미리 그려보는 새로운 방식이다.
나는 사진으로 큰돈을 벌지 않았다. 그러나 그 사실이 내 손을 멈추게 하진 못한다. AI는 내 카메라를 빼앗지 않는다. 오히려 또 하나의 카메라가 되어준다. 앞으로 나는 전통 사진과 AI 사진을 병행하며, 이 두 개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기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