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카메라 앞에서 웃음이 났다

Smartflex 3445

by 마루

Smartflex 3445라는 이름의 이 카메라


이 카메라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작은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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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카메라 좋은 거,
삐삐 좋은 거,
전자제품 좋은 거 하나 옆에 차고 있으면
그게 곧 가오였다.

괜히 허리에 무거운 걸 하나 더 걸치고,
괜히 손에 반짝이는 걸 하나 더 쥐고.

“나 이 정도는 쓴다”는 표정.

오늘 우연히 이 카메라를 봤다.
대형 포맷 카메라.
프로라이드.
편의성과 즉각성.
그리고 거대한 렌즈와 거대한 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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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났다.

내가 들고 있는 카메라가
순간 초라해 보였다기보다,
세상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요즘에는
왜 이런 카메라가 비쌀까.

4백에서 5백만 원대라던데.

저걸 들고 행사장에 가서
사람들 앞에서 찍어주면
과연 가오가 살까.

사진이 좋아서가 아니라,
사진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한 번 먹히는 가오.

생각해보면
요즘에도 결국 가오는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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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예전에는 “잘 찍는다”가 가오였다면
요즘에는 “뭘로 찍느냐”가 먼저인 것 같고.

카메라는 점점 편해지는데,
카메라의 크기는 다시 커진다.

아마도 사람들은
사진보다
사진을 찍는 ‘장면’을 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거대한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
특이해 보이는 나,
조금은 다른 사람인 나.

그래서 웃음이 났다.

카메라가 웃긴 게 아니라,
그걸 바라보는
내가 조금 웃겨서.


작가의 말

Smartflex 3445라는 이름의 이 카메라는
4x5 대형 포맷 필름을 사용하는
대형 SLR 구조의 카메라다.

바디 무게는 약 2kg 초반대.
카본 파이버 패널과 3D 프린팅 소재로 제작됐다.

Instax Wide 즉석 필름 백과
일반 4x5 시트 필름을 모두 지원한다.

해외 기준 판매가는
구성에 따라 약 3,000달러에서 3,800달러 선.

한화로 환산하면
대략 400만 원에서 500만 원대다.


이 가격이 비싸서 놀란 게 아니라,
이런 카메라가 다시 등장했다는 게 더 놀라웠다.

기술은 계속 작아지는데,
사람의 욕망은 가끔 다시 커진다.

빠른 것보다 느린 것,
편한 것보다 번거로운 것.

어쩌면 이 카메라는
사진기가 아니라
태도에 대한 물건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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