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역, 마지막 열차가 남긴 자리

원주역

by 마루

원주역, 마지막 열차가 남긴 자리

원주역에 도착하면
나는 늘 발걸음을 조금 늦춘다.
기차를 타기 위해서라기보다,
이곳에 남아 있는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플랫폼은 언제나 말이 없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이미 떠났고,
또 누군가는 끝내 떠나지 못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다.

예전의 원주역에는
기타 소리가 있었다.
크게 들리지 않았고,
잘 들리게 연주하려는 마음도 아니었지만
그 소리는 기다림과 잘 어울렸다.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보다
열차를 보내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지던 밤,
기타는 플랫폼의 공기를 붙잡고 있었다.

지금은
그 소리가 없다.
기타를 메고 서 있던 사람도,
그 노래를 기억하는 사람도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졌다.

남은 것은
비슷한 시간에 도착하는 열차와
조금 더 밝아진 조명,
그리고 예전보다 빨라진 출발 안내뿐이다.

하지만 사라졌다고 해서
없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기억은 늘 자리를 남기고 떠난다.

마지막 열차를 기다리며
나는 종종 생각한다.
우리는 왜 이렇게
떠나는 장면만 또렷하게 기억하는 걸까.

원주역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그 안의 시간은 계속 바뀐다.
그리고 바뀌지 않는 건
이곳이 늘
누군가의 끝이자
누군가의 시작이라는 사실뿐이다.

기차가 들어온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탄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보이지 않는 기타 소리를 떠올린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여운.

원주역은
오늘도 아무 말 없이
그 모든 순간을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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