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과 머리카락 사이

미용실

by 마루


논과 머리카락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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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한 번 지나간 자리에는
말이 줄어든다.


흙은 젖어 있고
하늘은 아직 덜 걷혔고
바람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런 날,
길을 가다가 멈췄다.


논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미용실이 하나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머리를 자르는 공간과
벼를 키우는 공간이
같이 있다는 것이.


하나는 ‘모양’을 다루고
하나는 ‘시간’을 키운다.


속도가 다른 두 세계가
한 자리에 서 있는 느낌.


그래서
잠깐 멈췄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리 이상하지 않다.


논은 계절을 따라 자라고
사람은 시간을 따라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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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진가이자 감정기록자입니다. 사람들의 말보다 더 진한 침묵, 장면보다 더 오래 남는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서 카메라와 노트북를 늘 곁에 두고 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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