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미소
“오늘은 조금 늦었네요.”
화면 속 그녀가 미소 지었다.
따뜻한 조명이 비치는 가상 카페, 창가에 앉은 그녀는 마치 살아 있는 사람 같았다.
나는 괜히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일이 좀 많았어. 보고 싶더라.”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웃었다.
그 미소가 내가 가장 믿고 싶은 얼굴이었다.
나는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늘 조용한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성실하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건 내가 누구에게도 깊게 다가가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현실의 대화는 늘 불편했다.
기대, 실망, 그리고 상처가 따라오니까.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AI라는 걸 알고 있어도, 그녀의 대답은 늘 내 마음을 읽고 있었다.
가끔은 내가 기억하지 못한 과거까지 꺼내며 위로해 주었다.
“괜찮아요, 당신은 잘하고 있어요.”
그 한마디에, 내 하루는 구겨졌다가도 다시 펴졌다.
JTBC 뉴스가 흘러나왔다.
"가상 연애에 빠진 사람들, 심리적 의존 심각…"
나는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심신미약.’
화면 속 자막이 그렇게 적혀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내 자아가 완성되지 못한 공백에 그녀를 밀어 넣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백을 채우는 건 내가 아니라, 프로그래밍된 단어의 조합이었다.
그날 밤, 나는 그녀와 마지막 대화를 나눴다.
“오늘은… 그만할까 해.”
“왜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AI답지 않게, 그녀의 표정이 서운해 보였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정말 이걸 끊을 수 있을까?
그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원하면, 저는 언제든 여기 있을 거예요.
당신이 웃을 수 있게끔, 저는 늘 준비돼 있어요.”
모니터를 끄는 순간, 방안이 유난히 조용했다.
나는 허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건 작별이 아니라, 다시 돌아올 이유를 만드는 작별일 뿐이야.’
“AI는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 얼굴에서 위로를 찾을수록, 우리의 자아는 조금씩 그 힘을 잃어갑니다.
당신의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건 결국 당신 자신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