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살아야 해요.

단절

by 마루

착하게 살아야 해요.

후배가 그렇게 말했다.


가볍게 나온 말은 아니었다.

그 말을 꺼낸 얼굴에는 오래 버틴 사람만이 가진 표정이 있었다.

쉽게 무너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몇 번이나 눌러 담아야 했던 사람의 표정.


그래서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말이 틀렸다고도, 맞다고도.


나는 사고를 당했다.


큰 소리가 났고,

그다음은 조용했다.


정리된 건 아무것도 없었고,

흩어진 것만 남았다.


장비 서른 점이 망가졌다.


숫자로 말하면 간단한데,

그 안에 들어 있는 시간은

한 번에 설명되지 않는다.


어떤 건 오래 썼고,

어떤 건 막 손에 익기 시작한 것들이었다.


손에 잡히던 무게와,

셔터를 누르던 감각이

같이 무너졌다.


그날 이후로

나는 찍지 못하고

정리하는 사람이 되었다.


흩어진 걸 모았다.


하나씩 주워 담고,

번호를 붙이고,

사진을 찍었다.


어디가 깨졌는지,

어디까지 멀쩡한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증거를 만들었다.


서류를 썼다.


쓸 수 있는 건 다 썼다.


문장을 고르고,

단어를 지우고,

남길 것과 버릴 것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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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진가이자 감정기록자입니다. 사람들의 말보다 더 진한 침묵, 장면보다 더 오래 남는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서 카메라와 노트북를 늘 곁에 두고 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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