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 알아요?”
감자꽃이 피던 날, 병실은 햇살의 사각지대에 잠겨 있었다.
창문을 타고 기어 들어온 빛은 묘하게 끈적했고,
하얗게 펴진 침대보 위를 느리게 기어 다니듯 머물렀다.
빛이 스치는 자리마다 먼지조차 사라진 듯 깨끗했지만,
그 청결함은 약 냄새와 살균제의 싸늘한 향에 눌려 있었다.
공기가 너무 깨끗해서, 오히려 숨이 막혔다.
침대에 누운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동창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의 옆에—
그 언덕에서 봤던 검은 단발 소녀가 서 있었다.
병실의 하얀 벽과 달리 그녀의 교복은 묘하게 따뜻한 그림자였다.
검은 단발은 빛을 먹은 듯 윤이 났고,
작은 어깨가 창가에 살짝 기댄 채,
바깥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고,
지퍼가 닫히는 짧은 마찰음이 병실의 정적을 찢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우리의 시선이 공중에서 부딪쳤다.
낯선 사람끼리의 어색함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던 기억과 다시 마주친 듯한 묘한 울림이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아주 미세하게 눈을 깜빡였다.
그 작은 움직임이 공기를 조금 흔들었다.
그때, 그녀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햇살을 따라 창문 틈으로 빠져나가듯 가볍고 투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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