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눈 내리는 골목과 이별의 문

골목길은 오래된 흑백영화 속 한 장면처럼 고요했다

by 마루

눈이 하얗게 내리던 겨울 밤, 골목길은 오래된 흑백영화 속 한 장면처럼 고요했다.


가로등 불빛은 노랗게 번지며 하얀 눈을 비추었고, 주인공의 집은 그 아래서 따뜻한 숨을 내쉬듯 은은히 빛났다.
창문 사이로 흘러나오는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술잔 부딪히는 소리는, 고요한 골목의 공기를 잠시나마 데우고 있었다.

-직접 작사작곡 노래입니다-



군 입대를 며칠 앞둔 주인공을 위해 14명의 친구들이 모였다.
선배도, 후배도, 오래된 친구들도 모두 한자리에 앉았다.
어릴 적부터 함께했던 그 마루에는 찬 나무 냄새와 술 냄새가 섞여 있었고,
심지어 아버지가 숨겨두었던 단골 술까지 꺼내어 모두의 손에 들려졌다.
술잔이 자주 비워질 때마다 웃음소리는 한층 커졌고, 기분 좋은 술기운이 방안 가득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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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인공은 술이 약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그는 끝내 화장실로 달려가 속을 쏟아냈다.
차가운 타일 위에서 등을 토닥이던 엄마의 손길은 따뜻했고, 그 온기가 오히려 눈시울을 시리게 했다.
그 모습을 본 아버지는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씩씩거리며 모두를 눈 쌓인 골목으로 내쫓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친구들은 한동안 우왕좌왕했지만, 곧 눈 내리는 밤의 취기에 이끌려
소복이 쌓인 눈밭 위를 뒹굴며 깔깔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마치 어른이 되기 전 마지막으로 허락된 장난 같았다.
서늘한 공기 속에서 퍼지는 친구들의 숨결은 하얀 입김이 되어 골목 위로 흩어졌다.

다음 날 아침, 포터 트럭에 짐을 싣고 대전으로 향하는 길.
차창엔 밤새 내린 눈이 물방울로 녹아 흘러내렸고, 차 안은 한기가 서린 공기와 묵직한 침묵으로 가득했다.
엄마는 아들의 옆에서 한 손을 꼭 잡고 있었고, 아버지는 말없이 운전대를 움켜쥔 채
가끔 깊은 숨을 내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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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진가이자 감정기록자입니다. 사람들의 말보다 더 진한 침묵, 장면보다 더 오래 남는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서 카메라와 노트북를 늘 곁에 두고 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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