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은 오래된 흑백영화 속 한 장면처럼 고요했다
눈이 하얗게 내리던 겨울 밤, 골목길은 오래된 흑백영화 속 한 장면처럼 고요했다.
가로등 불빛은 노랗게 번지며 하얀 눈을 비추었고, 주인공의 집은 그 아래서 따뜻한 숨을 내쉬듯 은은히 빛났다.
창문 사이로 흘러나오는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술잔 부딪히는 소리는, 고요한 골목의 공기를 잠시나마 데우고 있었다.
-직접 작사작곡 노래입니다-
군 입대를 며칠 앞둔 주인공을 위해 14명의 친구들이 모였다.
선배도, 후배도, 오래된 친구들도 모두 한자리에 앉았다.
어릴 적부터 함께했던 그 마루에는 찬 나무 냄새와 술 냄새가 섞여 있었고,
심지어 아버지가 숨겨두었던 단골 술까지 꺼내어 모두의 손에 들려졌다.
술잔이 자주 비워질 때마다 웃음소리는 한층 커졌고, 기분 좋은 술기운이 방안 가득 퍼졌다.
하지만 주인공은 술이 약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그는 끝내 화장실로 달려가 속을 쏟아냈다.
차가운 타일 위에서 등을 토닥이던 엄마의 손길은 따뜻했고, 그 온기가 오히려 눈시울을 시리게 했다.
그 모습을 본 아버지는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씩씩거리며 모두를 눈 쌓인 골목으로 내쫓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친구들은 한동안 우왕좌왕했지만, 곧 눈 내리는 밤의 취기에 이끌려
소복이 쌓인 눈밭 위를 뒹굴며 깔깔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마치 어른이 되기 전 마지막으로 허락된 장난 같았다.
서늘한 공기 속에서 퍼지는 친구들의 숨결은 하얀 입김이 되어 골목 위로 흩어졌다.
다음 날 아침, 포터 트럭에 짐을 싣고 대전으로 향하는 길.
차창엔 밤새 내린 눈이 물방울로 녹아 흘러내렸고, 차 안은 한기가 서린 공기와 묵직한 침묵으로 가득했다.
엄마는 아들의 옆에서 한 손을 꼭 잡고 있었고, 아버지는 말없이 운전대를 움켜쥔 채
가끔 깊은 숨을 내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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