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 전류 위에 서 있는 희망

바리깡 소리 위의 꿈

by 마루

이발소 안, 바리깡이 철사에 스치는 듯한 “지잉—” 소리가 공기를 긁어냈다.
잘 벼려진 칼날이 두피를 밀어갈 때마다, 작은 전류가 머릿속 깊숙이 파고드는 것 같았다.
한 올, 한 올 끊어질 때마다 전율이 목덜미로 스며들었다.
차가운 금속 냄새가 땀과 섞여 코끝을 찌를 때, 나는 내가 누구였는지 잊히는 기분이 들었다.

군복을 입은 우리는 모두 같아야 했지만, 표정까지 같을 수는 없었다.
“쿡, 이제 몇 달 남았어.”
스쳐간 그 말 한마디에 담긴 경멸이 얇고 단단한 철사줄처럼 우리 눈빛 사이를 조여왔다.
머리가 짧아질수록, 마음까지 잘려 나가는 것 같았다.

훈련장은 늘 똑같은 명령으로 메아리쳤다.
“하나, 둘! 총구 전방!”
조교의 고함이 허공을 찢을 때마다, 목구멍 깊숙이 철 맛이 번졌다.
총기와 함께 달라붙은 오래된 기름때 냄새, 흙먼지와 땀으로 굳어버린 손바닥…
그 모든 게 나를 이곳에 묶어 두는 쇠사슬 같았다.

그러나 우리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음식 이야기를 했다.
“초코파이 하나면…”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텅 빈 위 속이 전류 튀듯 요동쳤다.
허상 같은 이야기였지만, 그 허상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이미 꺼진 불꽃처럼 사라졌을 것이다.

조장으로 뽑힌 날, 심장은 바리깡 소리처럼 “윙—” 하고 울렸다.
무거운 책임감이 어깨를 짓눌렀지만, 동기들이 건넨 웃음은 서리 낀 창문에 스며든 햇살처럼 따뜻했다.

중사 조교들의 방을 청소하며 처음 맡은 특권의 냄새—
사탕 한 알, 초코파이 한 조각, TV에서 흘러나오던 빛.
그것들은 담배 연기처럼 희미했지만, 잠깐이나마 번쩍이는 감전 같은 구원이었다.

소각장 옆에서 꺼낸 편지 한 장.
타들어가는 다른 편지들 사이에서 **‘순덕이’**라는 이름이, 잔불 위에서 반짝이는 철심처럼 눈에 박혔다.
나는 그 종이를 제복 주머니 깊숙이 숨겼다.
그 편지 한 장이 내 안에서 은밀한 전류처럼 희망을 튀기고 있었다.

밤, 몰래 숨겨둔 건빵 한 조각을 씹었다.
부서지는 소리가 마치 전류 튀는 소리 같았다.
작은 부스러기가 혀끝에 달라붙는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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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진가이자 감정기록자입니다. 사람들의 말보다 더 진한 침묵, 장면보다 더 오래 남는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서 카메라와 노트북를 늘 곁에 두고 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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