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이웃
담벼락 뒤에서 공사가 시작되었다. 이곳은 수인의 가족이 거주하는 내내 공터로 있던 곳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수인의 딸 윤이 눈으로 하얗게 덮인 마당에서 떼굴떼굴 구르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집을 계약한 후로 지금껏 이곳에 살고 있다. 낯선 시골 마을로 들어와서도 수인의 가족은 그 흔한 텃새 한번 겪지 않고 조용히 마을 주민이 되어갔다. 농촌 마을에 거주했지만 농사를 짓지 않았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과 부대끼며 텃새를 겪을 일이 없었다. 드문 일이긴 하지만 시골 마을로 이사 와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런 경우 마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묻지도 않은 일을 스스로 이곳저곳 다니면서 떠벌리는 사람들은 마을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지만, 은근히 불쾌감을 불러왔다. 사람들은 오히려 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보였다. 수인은 적절한 거리를 두고 생활하면서 불쾌감을 조성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면 텃새를 겪을 일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들에게 오로지 자연에 적응하는 일만이 극복해야 할 일이었다. 일테면 방충망과 창틈 사이를 통해 집 안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벌레들에 익숙해 지는 일. 겨울을 나기 위해 건물 구석구석을 점령하고 있는 힘 빠진 쌍살벌 무더기라던가. 한여름 무성한 수풀 사이로 출몰하는 독사와 밤이면 불빛을 보고 몰려드는 모기떼들의 습격 따위들. 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털이 군데군데 빠져 몰골인 너구리가 유유히 마당을 가로질러 가다가 수인과 윤의 비명소리를 듣고 서둘러 숲으로 사라지는 장면에 덤덤해지는 일들…….
담벼락 뒤의 공터는 땅 주인이 먼 곳에 있기라도 한 건지 늘 풀로 무성하게 덮여 있었다. 산은 답답한 마음에 예초기까지 사서 자기 집 마당보다 너른, 남의 땅의 풀을 베곤 했다. 그런데 작년부터인가 공터에 누군가 제초제를 뿌려놓고 갔다. 풀들이 노랗게 말라 맥없이 죽어 있었다. 수인과 산은 윤이 성장하는 내내 제초제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마당에 난 풀은 시간 날 때마다 손으로 뽑거나 이른 봄에 소금을 뿌리며 마당을 가꿔왔다. 공터는 집과 맞붙어 있어 제초제의 살포가 윤에게 영향을 줄까 염려됐다. 그렇다고 경계가 분명한 남의 땅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진짜 문제는 제초제가 아니라 지금 진행되고 있는 공사였다.
산이 퇴근 후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책상 위에 놓아둔 휴대 전화가 질기게 울렸다. 전화기를 들고 식탁에 앉은 산은 수인에게 옆집이라고 일러주며 전화를 받았다. 옆집 아저씨의 격앙된 목소리는 수화기 너머 맞은편 식탁에 앉은 수인에게까지 선명하게 들려왔다.
“지금 우리 집 담벼락 뒤에서 하고 있는 공사가 무슨 공사인지 알고 있어요? 아이, 웬 미친놈이 여기다가 고양이 사육장을 짓는다지 뭐요. 공사장 인부들한테 물어봤더니 그러는 거요. 나 원 참, 여기 사육장 들어서면 냄새며 소음은 어떻게 한다는 건지. 들어서기만 해보시오.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니.”
옆집 아저씨는 흥분한 상태로 당장 뭐라도 할 것처럼 말했지만 실은 산에게 뒷일을 미룬 채 전화를 끊었다. 옆집 아저씨는 오 년 전 서울에서 이곳으로 이사했다. 부동산 일을 했던 사람이라 이곳에서 집이나 땅이 매물로 나오면 사람들을 연결시켜 주는 일로 쏠쏠하게 돈벌이를 했다. 그런데 공터는 옆집 아저씨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은밀하게 거래된 모양이었다. 전화를 끊은 산은 곧바로 마을 이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이장님은 고양이 사육장이 들어서게 된 경위를 꽤 잘 알고 있는 눈치였다.
“여보, 이장님이 뭐라셔?”
“마을 끝 집에 있는 장 씨 아저씨가 줄을 댔나 봐.”
“식당 하시는 분?”
“응, 공터가 **금고 이사장 소유였던 모양이야. 장 씨 아저씨가 대출을 받으러 갔다가 이사장 만나서 땅값을 시세보다 더 받아 준다고 했다나 봐. 그걸 빌미로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은 모양인데…….”
“그런 걸 어떻게 알았을까?”
“글쎄 워낙 좁은 동네다 보니 비밀이 없는 거지.”
“그러니까 이렇게 좁은 동네에서 마을 사람들 어떻게 보려고……, 동네 피해 주는 일은 하지 말아야지. 사육장 짓는 걸 알았으면 막아야지 그걸 또 이용하다니.”
“그게, 참 일이 지저분하게 된 모양이야. 처음엔 장 씨 아저씨 앞집에서 줄을 대준 모양이야. 그런데 장 씨 아저씨가 끼어들어서 소개비를 혼자 챙기는 바람에 앞집하고도 사이가 틀어졌데.”
“참, 별일이 다 있네.”
산이 통화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식탁 위의 음식들이 이미 훈기가 빠져있었다. 산이 수저를 드는 걸 보고 수인도 깨작깨작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둘은 입맛이 모두 달아난 터라 몇 숟갈 뜨지 못하고 수저를 내려놓고 말았다. 이미 머릿속은 온통 고양이 분뇨 냄새와 앙칼진 울음소리로 채워져 있었다.
“고양이 사육장을 지어 마을로 들어온다고 한들 마을 사람들의 텃새를 피하기는 어려울 텐데.”
산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환영받을 리가 없지. 우리 입장에선 불편한 이웃이 생기는 거잖아. 소음이나 냄새라도 나면 우리가 제일 피해를 많이 볼 텐데, 생각만 해도 골치 아파.”
수인이 식탁 위에 먹다 남은 음식들을 개수대로 부으며 말했다.
그날 이후 산은 면에 있는 행정복지센터와 군청에 전화를 걸어 고양이 사육장 허가에 대해 문의를 해보았다. 군청에서는 고양이 사육장 건축이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면서 이번 건이 군에서 허가한 첫 케이스라고 했다. 정말 법적으로 주택 인근에 사육장이 들어서는 게 하자가 없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틈틈이 고양이 사육장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법의 사각지대구나. 개는 가축이고 고양이는 가축이 아니라는 거네.”
수인이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말했다.
“개를 식용으로 사육하는 곳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지금은 보신탕집도 많이 사라졌고, 개를 식용으로 여기는 문화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선이 많고……. 그렇게 따지면 고양이도 식용으로 먹기도 했으니 마찬가지지. 뭐가 됐든 동물을 집단으로 키우는 건 주거지와 일정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게 맞지. 가축으로 규정되지 않았다고 주거지에 인접해서 사육장을 짓는 건 아니지.”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조례를 만들 수는 있나 봐, 우리 지역은 고양이 사육장 건축 허가가 처음 이루어졌다고 하니, 뭔가를 대비할 만한 기회가 없었던 거지.”
산이 그와 관련된 기사를 찾아 말했다.
“우리 집 담벼락 뒤의 일이 시범케이스가 되는 거구나!”
며칠 뒤 마을 회의가 열렸다. 안건은 마을에 고양이 사육장이 들어서는 것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였다. 마을 사람들은 마치 자기 집 담벼락 뒤에 사육장이 들어서는 것처럼 격앙된 모습으로 마을 회관으로 들어섰다. 고양이 사육장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하자 그간 마을에 있었던 문제점들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장 씨가 식당 뒤로 이어지는 임야에 불법으로 닭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백숙 장사를 하는 장 씨는 제대로 된 시설도 갖추지 않은 채 자기 땅도 아닌 곳에 닭 사육장을 만들었다. 거기서 나는 닭똥 냄새 때문에 인근 마을 주민들과 그간 다툼이 잦았던 모양이었다. 고양이 사육장 건으로 마을 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에 장 씨의 닭 사육장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던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장 씨와 갈등을 빚고 있던 남 목사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닭똥 냄새와 소음으로 인한 피해 상황을 털어놓았다.
“장 씨네 식당 뒤쪽으로 사육장을 만들어 놓고 거기서 수백 마리나 되는 닭을 키우고 있습니다. 닭똥 냄새가 어찌나 지독한지 창문을 열어 놓고 있을 수 없을 지경이라니까요.”
“그건 조만간에 치우도록 하겠습니다.”
장 씨가 당황한 기색으로 대답했다.
“아니, 이전에 내가 찾아갔을 때는 사람 잡아먹을 듯이 덤비더니……. 사람들 앞이라고 순순히 대답하는 거요. 사람이 이러는 거 아니요. 그동안 얼마나 동네 사람들 괴롭게 했소! 사람들 앞에선 그렇게 말해 놓고, 나중에 또 딴소리할 거 아니요.”
“거참, 치우겠다고 하지 않습니까 지금……. 그럼 어떻게 하란 소리야. 이 양반아.”
장 씨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을 놓기 시작했다. 장 씨와 남 목사가 목소리를 키우며 싸우는 바람에 본 안건이었던 고양이 사육장 문제는 뒷전이었다. 고양이 사육장이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미리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산과 수인이 착찹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창문을 열면 이름 모를 풀과 들꽃 냄새가 향긋하게 스며드는 아침이 영영 사라질 것만 같았다. 갈재로 귀촌한 이유는 단 한 가지 청정 지역이라는 이유였다. 수인은 귀촌의 이유가 사라진 이곳을 어쩌면 떠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