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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 Nov 09. 2022

글쓰기 자기 점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만의 글쓰기 스타일과 내가 처한 글쓰기 환경에 대해 생각해 다. 글쓰기 초기 단계에서 장점이든 단점이든 자기 점검을 통해 스스로를 다시 한번 평가해 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글쓰기의 목적이 어차피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아닌가.




1. 먼저 내가 가진 소재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글로 만들 수 있는 소재의 한계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에 새삼 공감한다. 내게는 신선한 소재지만 브런치 홈에는 어김없이 여러 편의 글들이 검색된다. 바로 직전까지 충만했던 의욕은 급격히 떨어지고 만다.

내 삶이 글의 소재가 될 만큼 우여곡절과 다양한 경험으로 채워져 있는 것 같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평범한 일상일 뿐이다.


2. 내가 다루는 글의 주제들은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을 기가 쉽지 않은 것들이다. 로마 역사, 관점과 사고 영역에 대해 다룬 글들은 비교적 무거운 느낌이다. 재미와 감동이 묻어나는 글로 꾸미기엔 현재 나의 필력이 많이 달린다.

이 두 가지 주제는 평생 동안 나의 관심에서 멀어지지는 겠지만, 독자들과 함께하는 재미난 글이 되기 위해서는 나의 잠재된 호기심에 더 센 자극이 필요하다.


3. 누구나 그렇듯이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여유로운 편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아이가 이제 같이 놀아주지 않아도 될 나이가 되었다는 것과 글을 쓰는 시간에 아내가 군말 없이 거실에서 TV를 시청한다는 것이다.

어쩌다가 한 번씩 여유로운 시간이 찾아오면 글쓰기에 더 많은 간절함을 담아 집중해 지만,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보면 몇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4. 내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일단 내 주위에는 로마 역사와 인간의 사고 등과 같은 묵직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어쩌다가 내 글을 읽기는 하지만 평가나 코치를 해 줄 은인은 극히 드물다.

글쓰기 모임은 대부분 여성 작가들이어서 분위기를 깰까 봐 신청조차 못하고 있다. 혼자서도 계속 쓰다 보면 필력이 늘겠지만, 누군가의 코칭 없이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5. 글이 잘 쓰이는 시간대도 중요하다. 어쩌다가 새벽 4-5시 사이가 손가락이 가장 잘 움직이는 시간대가 되고 말았다. 늦게 잠자리에 드는 날에도 이 시간대가 되면 마치 전업 작가라도 된 듯 눈이 저절로 뜨이고, 머리가 맑아진다.

하지만, 이 시간대에 깨어 있다는 것은 수면 부족과 만성 피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초저녁이나 주말 시간에 글이 잘 쓰이는 비결을 찾고 있는 중이다.




두 달여 남짓 글쓰기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새로운 장르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주로 역사, 다큐, 시사평론 등을 편식하다 보니 소설은 많이 접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독서 취향은 에세이나 평론에 적합한 것인데, 뜻밖에도 지난달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 첫 작품(제목 : 동물들이 진화를 거부한 이유)으로 소설(자칭 다큐소설) 비슷한 글을 제출하게 되었다.


마치 무엇에 홀린 것처럼 한 달간 정신없이 생소한 장르의 글을 썼다는 것이 신기하다. 내 취향과 아주 거리가 먼 형식의 글을 쓰면서 평소와 다른 순도 높은 몰입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소설에 재능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소중한 경험과 발견이었다. 내가 모르고 있는 나의 새로운 모습이 계속 나타나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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