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노래 오디션 프로그램의 애청자가 되었다. 참가자들의 열정과 간절함이 화면을 뚫고 내가 있는 곳까지 전해진다. 기성 가수들에게 없는 참신함과 기교 없는 풋풋함이 보기 좋다.
심사위원들의 평가도 재미있다. 그중에서 박진영 가수의 심사평은 촌철살인으로 유명하다.참가자의 가슴을 후벼 파는 날카로운 지적에도 후배 가수들을 위하는 애틋함과 진정성이 묻어있다.
그의 심사평 중에 내게 깊은 인상을 준 멘트가 있다.
"대한민국에 노래 잘하는 가수들 정말 많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가수는 몇 안된다. 본인의 색깔이 분명하지 않으면 상품이 되지 못한다",
내 기억으로는 대략 이런 의미였던 것 같다.
이제 겨우 습작을 시작한 내가 박진영의 심사평을 의식한다는 것은 가당찮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이 명언은 마음속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글을 쓰는 작가들의 세계도 노래하는 가수들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에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좋은 글은 넘쳐나지만 독자들에게 읽히는 글은 소수에 불과하다.
좋은 글이 읽히지 못하는 이유가 어쩌면 독자들의안목이 부족한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독자들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작가의 유니크한 개성과 매력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주식 시장에서도 우량주보다는 미인주가 더 많은 관심을 받는 법이다.
출간된 글과 브런치 글은 유료와 무료라는 큰 차이점이 있지만, 공통의 목적은독자들의 관심과 공감을 얻는 것이다. 브런치에서 발행을 클릭하는 순간 내 글은 망망대해로 흘러가 불특정 독자들에게 읽히기를 기다리는 글이 된다.
물론, 누가 쳐다보지 않더라도 세상에 나온 글은 존재 자체만으로 고유의 가치는 변하지 않을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글을 써야 박진영의 심사평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세상이 다 아는 뻔한 얘기지만,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습작 입문자들에게 글쓰기 자기 진단은 필수 코스인 듯하다.
시장에는 수많은 재화와 용역이 넘쳐나고, 연일 새로운 창작물과 공연물이 쏟아져 나온다.노래, 연극, 드라마, 영화, 공연, 그림, 그리고 서점 진열대의 신간들..
취업 면접을 보는 사람들과 마트에 진열된 상품들, 길거리의 음식점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종류와 성격은다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대중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야 한다는 것이다.
유익하거나, 재미있거나, 감동적이거나.. 사람들은 이 세 가지 중 최소 한 가지 이상에끌릴 때선택을 하고 소비를 한다.
음악은 힐링과 감동을,영화는 재미와 감동을 준다.TV 프로그램은 유익하거나 재미가 있어야 채널이 고정된다.
비슷비슷한 자기 계발 서적들과 자격시험 예상 문제집들이 계속 팔리는 것도 유익하기 때문이다. 소설 속 정보와 지식은 허구지만 대신 재미와감동이 있다.
브런치의 글은 무상으로 열람이 가능하지만, 독자들의기본 욕구는 비용을 지불하고 소비할 때와크게 다르지 않다.
경험을 바탕으로 쓴글이든 상상으로 쓴 글이든 유익, 재미, 감동. 이 셋 중 어느 하나라도 느껴지는 글에독자들의마음이움직인다.그러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물, 현상에 대한 관심과 이해, 이들의 움직임에 대한 성찰과 통찰이 필요할 것이다.
어렵게 여기까지 왔더라도 이게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는 유익하거나, 재미있거나, 감동적인 글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는 마지막 공정이 남아 있다. 화룡점정의 순간이다.
예술혼이든 매력이든, 아니면 끼를 부리든 자신만의유니크한문체와독창적인 플롯으로 나만의 글을 완성시켜야 한다.
'많이 읽히는 색깔 있는 글'을 쓰겠다는 야심 찬 꿈은 습작하는 내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적어도 죽을 때까지 깨어나지 말아야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