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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 Feb 05. 2023

선배, 친구, 후배.. 나의 인맥 성향은?


중국 북경에서 근무할 당시 우연한 기회에 서울의 한 대형 병원 건강검진센터장을 만나 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었다. 지금까지 알고 지내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분이 했던 말이 가끔씩 생각이 난다.

"저는 직장이든 개인적으로든 후배들하고만 놉니다", 이유는 퇴직 후 한 번씩 병원을 방문할  같이 밥 먹어 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선배들이 나이가 들어 골프채를 내려놓을 때 같이 라운딩  사람들을 미리 만들어 놓기 위해서였다. 


이 분의 선배들이 들으면 섭섭해할 이기적인 발상 같지만, 한편으로는 현명한 노후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분처럼 어떤 목적을 가지고 후배들어울리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대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그저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사람들과 교류한다.

그렇다 보니 개인 성향에 따라 인맥의 비중이 선배나 후배,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나타난다. 나이대 구분 없이 위아래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사람은 드문 편이다.


선배, 친구, 후배.. 당신은 어떤 부류의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가?


첫 번째, 선배 혹은 윗사람 지향적 인맥

나의 인맥 구성은 후배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고, 친구들과 선배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아마 여러 형제들 중 막내로 자라면서 나 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에 익숙해져 있때문일지도 모른다. 가난했던 학창 시절에는 밥과 술을 아낌없이 베풀면서 경험과 조언까지 들려주는 선배들과 자연스럽게 자주 어울리게 되었다.


직장에서도 어린 후배 동료들 보다는 연배가 높은 선배 동료들과 어울리는 것이 훨씬 더 편하고 자연스러웠다. 선배들의 경험과 지식은 내게는 살이 되고 피가 되었다. 특히, 술자리에서 전해 듣는 사내 비하인드 스토리와 숨겨진 고급 정보는 언제 들어도 흥미진진했다.

직속 상사의 지시와 지적은 견디기 힘들었지만, 다른 선배 동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늘 재미있고 유익했다. 


반면에, 후배들은 예나 지금이나 부담스럽다. 학창 시절에는 선배다운 모습을 보여 주려고 어울리지 과장된 언행을 하느라 몸에 힘이 들어갔다. 특히, 여자 후배들 앞에서는 멋있는 척하려고 외모와 옷차림에 신경을 많이 다. 인기는 머니를 먹고 자란다는 불편한 진실은 정치판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달콤한 인기의 유혹을 과감히 내려놓고 후배들과의 모임은 가능한 피해 다녔다.


사회에 진출하여 주머니 사정이 나아진 후에도 나의 인맥 리스트에는 여전히 후배 직원들의 비중이 편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 후배 혹은 아랫사람 지향적 인맥

나와는 반대로 인맥 리스트에 후배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사람들도 있다. 대체로 대장노릇 하는 것을 좋아하고, 후배들에게 잘 베푸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유형의 특징 중 하나는 듣기보다는 말하기를 좋아한. 그렇다고 이들의 말투가 올드하거나 썰렁하지 않다. 이들이 오래도록 후배들과 어울릴 수 있는 것은 젊은 세대들의 언어에 공감하는 능력과 트렌드 변화대응하는 감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유형의 사람들겉으로는 권위주의에 몸서리치면서도 정작 본인은 자기도 모르게 선배라는 지위 은근히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 번째, 동갑내기 친구 지향적 인맥

선배후배 다 싫고 같은 또래 하고만 어울리는 유형도 있다. 대접받는 것도 불편해하고 누군가를 챙기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성향으로 대인관계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다양하고 복잡한 관계에서 비롯되는 대화와 감정 교류에 서툴다. 이러한 유형은 주로 전문직, 예술가, 연구직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에게도 선후배들이 있기지만, 친한 관계로 발전하 것을 내켜하지 않는다. 넓고 얇은 인맥보다는 소수 정예의 또래 절친들 위주의 집중된 인간관계를 선호한다.

남에 부탁을 하거나 누군가로부터 부탁받는 것 모두 끔찍하게 싫어한다. 대신,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꼼꼼하게 잘 처리한다. 협업이 많이 요구되는 프로젝트성 업무에는  맞지 않는 성격이다.




사람 됨됨이는 친구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말은 명심보감 교우 편에 나오는 말이다. 

위의 세 가지 유형은 상황에 따라 장단점은 있어도 좋고 나쁨을 논할 수는 없다.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지만, 상대의 성향을 파악하고 싶으면 그 사람이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들의 나이대를 보면 어느 정도는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비즈니스 목적이라면 인간관계에서 자신의 강점과 부족한 면무엇인지 점검해 볼 수 있다.


어느덧 길어져 아침저녁 출퇴근길 운전이 수월해졌다. 계절의 변화는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 새삼 실감케 한다.

북경에서 만났던 건강검진센터장처럼 노후에 나와 놀아줄 후배들을 더 늦기 전에 많이 만들어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이 든 선배들의 후배 리스트에 내가 포함되어 있다면? 당연히 같이 놀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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