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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 Mar 15. 2023

손해를 줄이려면 착하지 않으면 된다


타고난 성품이 이타적이고 온화한 사람들이 있다. 이런 성향을 지닌 사람들을 흔히 '착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무리 속 섞여 있어도 착한 사람쉽게 눈에 띈다. 순수하고 정직하며, 일하는 자세가 근면 성실하다. 더군다나 남들에게 잘 베풀고 예의까지 바르다.


문제는, 착하면 손해를 보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이래저래 손해를 겪게 되는데, 유독 착한 사람들에게 손해가 더 자주,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직장 문화와 업무 특성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착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조직생활에 융화되기 쉽지 않은 언어 습관을 가지고 있다. 


착한 사람들은 성격상 상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농담과 진담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수다성 가십거리들을 지나치게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말과 글 속에 담겨 있는 뉘앙스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오해와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답보다는 해답을 찾아가는 업무가 많은 직장에서는 솔직하고 직접적인 말보다는 간접적이고 전략적인 언어를 더 선호한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려는 목적과 불리할 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려는 의도다. 이러한 점도 산수 공식처럼 말하는 착한 사람들에게는 불리한 환경이다.


착한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유머 감각 부족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불리하게 작용한다. 동료들과의 소통, 퇴근 후 술자리 모임, 고위층과의 주말 골프 등에서 사교적인 언어와 유머 코드는 교양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자리에서도 여전히 솔직하고 정직한 말투라면 초청받는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솔직 담백한 성격의 소유자들과 나누는 사적인 대화를 부담스러워한다.



이분법적 사고 또한 착한 사람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대표적인 부정적 습관다.


착한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세상에는 착한 사람들과 착하지 않은 사람들, 이 두 종류의 사람들만 존재한다. 이들에게 착하지 않다는 것은 나쁘다는 의미와 별반 차이가 없다.


착한 사람들은 주변의 착하지 않은 사람들, 즉 나쁜 사람들이 호시탐탐 자신을 속이고 이용하려 한다고 생각한다. 동료들을 지나치게 경계하고 조심하는 언행 탓에 우정과 신뢰를 쌓을 기회를 좀처럼 만들지 못한다. 착하지 않은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나쁜 사람 취급 당할까 봐 가급적 착한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려고 한다.  


착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약자(혹은 피해자) 프레임에 가둬 놓고 있. 자신이 착한 사람이라는 확고한 생각이 보상심리를 자극하여 작은 양보와 조금의 차이에도 큰 손해로 인식해 버린다. 손해가 클수록 세상에 대한 불만과 원망도 덩달아 커진다.


'착하다'는 말은 의미가 모호하고 상대적이어서 명확하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 자신이 착한 사람들의 부류에 속한다고 자부한다면,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지금까지 주변의 평가나 덕담을 곧이곧대로 믿고 착한 사람이라고 자평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착하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라는 이분법적 논리에 젖어 자신을 애써 착한 사람의 범주에 끼워 넣고 있을지도 모른다.


착하지 않으면 나쁜 것이 아니다. 물론, 나쁘지 않다고 해서 모두 착한 것도 아니다. 착함과 나쁨 그 중간에는 비록 착하다는 소리는 듣지 못하지만,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으려고 착한 심성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또한, 착한 사람이라는 평판을 유지하고 싶어 계속 손해를 보는 것은 더 큰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다.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손해라면 자신의 고유한 미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유리하다. 하지만, 감당하기 힘든 정도의 손해라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생각의 스위치는 딸깍 소리 한 번이면 충분하다.

본인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는 것만으로도 손해를 크게 줄일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한결같이 선한 심성을 고수하는 진짜 착한 사람들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이들의 영향력 덕분에 세상의 종말이 조금이나마 늦춰지고 있는 것이다. 착한 사람들의 미덕과 선행이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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