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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 Sep 11. 2022

한번 꽂히면 아무도 못 말리는 사람들

집단 쏠림을 막아줄 집단 지성을 기대하며


한국인의 특징 중 하나가 어디에 한번 꽂히면 물불 가리지 않는 광기에 가까운 집단 쏠림, 집단 동조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기적에 가까운 경제성장이나 IMF 단기 극복 등이 좋은 사례다.


다만, 집단 동조화나 집단 쏠림 뒤에는 필연적으로 부작용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부작용은 바로 나타날 수도 있고, 인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들 의식 속에 스며들어 있다가 서서히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들 중에 외부에서 유입된 후에 원조보다 더 심화된 형태(때로는 변형된 형태)로 우리 사회에서 집단 동조화나 집착의 열풍을 일으킨 현상들에 대해 어설픈 단상이나마 좀 끼적거려 보려고 한다.


별거 아닌 뻔한 주제임에도 한번 꽂힌 잡생각을 기어이 글로 적고 싶어 한다. 나 또한 이 글의 제목처럼 '한번 꽂히면 못 말리는 사람들'과 같은 기질임인정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말릴 사람도 없지 않은가..


※ 대단히 거창한 얘기를 다루려는 것은 아니지만, ⁠본문 내용 중 종교와 관련된 내용은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의 개념이 아님을 미리 밝힌다.




1. 불교의 기복화를 심화시킨 고려시대

이전 시대에도 마찬가지였지만, 불교는 고려시대에 들어와 근본 교리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기복화 되었다. 사람들의 정신을 어지럽히고 사회를 혼탁하게 만들었고, 독재 정권의 시녀 노릇까지 하면서 고려의 멸망을 가속화시켰다. 이로 인해 불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수백 년간 지속되었다.


2. 유교에 살고 유교에 죽은 조선시대

조선시대는 원조 중국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유교문화의 끝판왕을 보여줬다.  

고려말 권문세족에 대항한 신진사대부가 조선의 주류가 되면서 유학은 학문과 철학을 넘어 정치체제, 행동규범과 사회질서 등 조선시대 전체를 관통하는 절대적 이데올로기였다. 지금도 한국은 유교의 집단 쏠림의 영향 하에 살아가고 있다.


3. 기독교의 놀라운 전파력과 기복화

기독교는 산업화 과정에서 놀라운 속도로 한국 사회의 주류 종교가 되었고, 기복화 팬덤은 불교 못지않다. 유교의 전통사상과 불교의 영향이 뿌리 깊은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의 빠른 확산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현상이다.


4. 아파트 공화국

아파트는 한국에 상륙한 이후 마치 외래종 식물들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듯 엄청난 속도로 전국을 콘크리트 숲으로 뒤덮었다. 다른 나라들에도 아파트가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한국처럼 나라의 풍경을 통째로 바꿀 정도는 아닌 것 같다.


5. 정장과 넥타이

이 외래 패션은 빠른 산업화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한국 화이트 칼라들의 사무실장악하였다. 서양 사람들이 봤을 때 한국이 슈트의 원조처럼 보였을 것이다.

지금은 이 유니폼을 많이 벗어던졌지만, 한동안 한국 사회는 짙은 색의 정장과 흰색 와이셔츠에 과도하게 꽂혀 있었다. 


6. 커피에 중독된 한국

한국 사람들의 커피 사랑은 팬데믹과 유사하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커피는 영감과 휴식을 동시에 제공해주는 고마운 음료다.

세대 간 소비량에 차이가 있어 커피 중독 상단에 있는 나라들과 비교해서 인당 소비량은 낮은 편이지만, 기어이 탑을 찍고야 말겠다는 무서운 기세로 확산 중이다. 참고로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는 네덜란드, 그다음이 핀란드, 스웨덴 순이다.

한편, 같은 민족인 북한의 사회주의에 대한 집착도 집단 쏠림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주의는 이미 원조국에서도 폐물이 되어 지구상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고, 중국도 민간 경제를 비롯하여 많은 분야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이 많이 도입된 상태다.

북한은 지구상 마지막 남은 사회주의(이미 많이 퇴색되었지만)라는 기록을 세우려는 듯 집요하게  움켜잡고 있다. 한번 꽂히면 못 말리는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입시 열풍, 묻지마 투자, 수도권 집중화, 성형, 저출산 등..  '한번 꽂히면 못 말리는' 한국인들의 성향기질여러 분야에서 집단 쏠림이나 동조화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원인은 복합적이어서 개인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될뿐더러, 국가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요한 것은 이러한 지나친 쏠림과 집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처하는 사회 전체의 자발적 인식과 조절 능력이다.


모든 물체와 현상은 움직이는 방향으로만 계속해서 진행하려는 습성이 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극도로 꺼리다가도 일단 뭔가에 꽂히게 되면 사회 전체가 한 방향으로만 끝없이 달려가려는 경향이 있다.


중간에 누군가가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위험해질 것 같아요, 속도를 조절하거나 방향을 틀어야 합니다"라고 외쳐도 집단의 거대한 함성에 묻혀 버리고 만다. 오히려 불평분자 혹은 전통을 부정하는 사람 취급을 받기 쉽다. 



어떤 특정한 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편향되어 흘러가는 문제들에 대해 사회 스스로 변화와 혁신을 할 수 있으려면  사회 전체가 가지고 있는 성숙된 에너지, 즉 집단 지성이 바탕에 깔려야 한다. 


과도한 쏠림 현상과 집착은 일시적일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시들해져 저절로 사라질 수도 있지만, 때를 놓치면 광풍이 지난 후에도 심각한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치유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시도와 노력이 단기에 그치지 않고 문화로 정착되려면 한 사회의 구성원 전체의 자각과 지혜가 모여 집단 지성으로 발휘될 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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