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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 Oct 05. 2022

어쩌면, 고령화 시대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인터넷 뉴스에 고령화 시대를 다룬 기사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기사마다 줄줄이 달린 댓글에는 전문가들이나 정부 관계자들보다 더 깊은 고민과 걱정이 묻어난다. 고령화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면 시골 지역을 다녀보면 바로 체감할 수 있다. 마치 초고령화 사회를 촬영하는 영화 세트장 같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생로병사는 아무도 피해 갈 수 없는 자연의 섭리라는 것을 알지만, 막상 늙고 병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서글픔과 두려움이 밀려온다. 언젠가는 내가 직면해야 될 현실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기사들과 전문가들의 고령화 시대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어둡고 우울하다. 연도별 인구 감소와 고령 인구 비중, 경제에 끼칠 부정적 영향, 노인 부양 문제 등.., 지나치게 천편일률적인 전망뿐이다 보니 다른 관점에서 미래를 한번 상상해 보고 싶어졌다.


인구 구조상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 든 사람들의 비중은 높아지겠지만, 나이에 따라 분류해 놓은 일반적 기준의 고령화 시대는 어쩌면 도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전망하는 이유는 미래에는 고령층의 인구 비중이 아질 것이라는 내 나름의 분석과 노인으로 분류하는 나이의 기준이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연명 치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를 예상해 볼 수 있다.

미래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발달된 의료 기술이 평균 수명을 크게 늘려주겠지만, 그렇다고 청춘을 돌려줄 정도는 아닐 것이. 평균 수명이 높아지면 그중에는 10년 이상을 시름시름 아픈 상태로 살아야 하는 노인들의 비중도 같이 올라간다. 마치 생명 연장의 꿈이 실현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요양병원에서 장기간 누워 있거나, 스스로 거동이 가능하더라도 정신적 퇴행으로 기억조차 힘든 시간을 보낸다면 생명 연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생명 연장이 반드시 축복이 될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에  직면하게 되면서 의미 없는 연명 치료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둘째는, 고령층을 지탱할 재원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다. 

늘어나는 노인 인구수와 미래에 새롭게 적용될 복지 제도들은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많아질 것이다.  비용들을 감당하려면 한국이 다시 한번 경제 기적을 이루어 선진국 수준의 복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가능한 일이다. 또한, 젊은 부부가 부양해야 할 노인들의 숫자는 최대 8명(양가 부모와 양가 조부모) 이를 수도 있다.

국가와 개인 모두 연명 치료에 들어갈 비용을 지속적으로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셋째는, 안락사에 대한 인식 변화도 조심스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회복 가능성이 없고 정상적 생활이 안 될 경우,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존엄한 삶뿐만 아니라 존엄한 죽음에 대해서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는 것이다.


는, 노인을 규정하는 기준이 바뀔 것이다. 지금은 65세가 고령 사회를 나누는 기준이지만, 미래에는 70세 혹은 75세가 기준이 될 것이다. 고령 사회의 기준 나이가 조정됨에 따라 고령으로 분류되었던 사람들이 대거 빠져나갈 것이다.

20-30년 후의 노인들은 지금 노인들보다 노후 준비가 잘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70대 초중반까지도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할 것이다. 이들은 노인 취급받지 않으려고 건강과 미용에 많은 투자를 할 것이다.




의료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서 누구나 생명이 연장되는 것은 아니다. 생명이 연장된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건강한 신체와 멀쩡한 정신 상태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의료 기술이 발달해도 경제력(부양 능력)과 복지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장수의 혜택은 소수에게 국한될 것이다. 실제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과거 10년간 2.6세 증가하였고, 건강 수명은 겨우 0.6세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미래에는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고령층의 비중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왕성한 경제활동과 소비활동의 주체로 남아있는 70대 중반 이전 연령대는 고령 기준에서 제외될 것이다. 모두가 걱정하고 있는 고령화 시대는 어쩌면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령사회가 오든 안 오든 수입이 있을 때 개인연금이나 간병 보험 하나라도 더 들어 놓는 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

주변에 고령화 시대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여럿 있다. 노후준비 무료 상담을 받으려면 정책 비판부터 노년 예찬까지 장시간 참고 들어줘야 한다. 나의 엉뚱한 전망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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