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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 Apr 29. 2023

나올 데는 나오고 들어갈 데는 들어가고..

쭉쭉빵빵한 마음

 

노출의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아침에는 제법 쌀쌀하지만 한낮에는 반팔을 입어도 될 정도로 기온이 크게 올라간다. 아랫배를 가려주던 카디건도 이제는 옷장으로 보내야 할 때가 되자 마음이 조급해진다.


퇴근 후 글 쓰는 시간을 줄여 피트니스와 수영을 번갈아 가며 열심히 땀을 흘려 보지만, 나잇살과 술살로 다져진 아랫배는 예상보다 두껍고 단단하다. 뱃살이 줄어드는 속도는 딱 내가 운동을 포기하지 않을 만큼이다.


피트니스 센터와 수영장에는 나처럼 노출의 계절을 준비하는듯한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그중에는 균형 잡힌 멋진 몸매를 자랑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야말로 나올 데는 나오고 들어갈 데는 들어간 매력적인 몸매다.

나이, 키, 얼굴 생김새는 달라도 이들의 몸에서는 긍정의 에너지가 넘쳐난다.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기에 감탄과 존경심 마저 일어난다. 자부심과 주변의 찬사는 부지런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임에 분명하다.  


남녀의 신체 특성이 달라 나와야 할 데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들어가야 할 데는 아랫배일 것이다. 이 아랫배를 넣기 위해서는 근육량이 줄어들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어느 한쪽을 나오게 하려면 다른 한쪽을 들어가게 해야 할 때도 있고, 반대로 어느 한쪽이 나와야 덩달아 다른 한쪽도 같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원하는 굴곡을 얻기가 쉽지 않다..


피트니스 센터 거울 앞에 서면 내 몸의 굴곡이 한눈에 드러난다. 한때 핏감이 좋다는 소리를 곧잘 듣곤 했던 몸매는 세월의 풍파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나와야 할 데는 팔다리 근육이고, 들어가야 할 데는 아랫배가 분명해 보인다. 

 

한번 망가진 몸매는 다시 회복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관리만 해주면 예전의 굴곡을 어느 정도는 복원시킬 수가 있다. 나이가 들어도, 면바지에 티셔츠 하나 걸쳐도 몸매가 좋다는 소리를 충분히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의 굴곡은 한번 균형을 잃어버리면 웬만해서는 회복하기가 어렵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얼마나 망가졌는지 한참이 지난 후에야 겨우 알아차린다. 이마저도 소수 사람들만 영역이다.


마음도 몸매와 마찬가지로 나올 데는 나오고 들어갈 데는 들어가야 하는데, 알면서도 원하는 굴곡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나오지 말아야 데는 보기 흉하게 툭 튀어나와 있고, 들어가지 말아야 할 데는 꼴사납게 움푹 들어가 있다.   


나오지 말아야 할 것은 욕심과 오만이고, 들어가지 말아야 할 것은 자존감과 겸양의 미덕이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욕심은 더욱더 도드라지고, 자존감은 점점 더 쪼그라들고 있다.


몸매의 굴곡은 매력과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망가진다고 해서 당장 살아가는데 심각한 타격을 주지는 않는다. 반면에, 마음의 굴곡은 그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일상의 삶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파괴적이다.


가끔 마음의 굴곡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몸매는 굴곡이 사라져 두리뭉실 하지만, 마음의 굴곡은 피트니스 센터에서 가끔 만나는 쭉쭉빵빵 몸매를 능가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마음은 비울수록 더 단단해진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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