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려면 가르치는 사람의 역량과 진정성, 그리고 배우는 사람의 열정과 간절함이 함께 작동되어야 한다. 특히, 배우는 사람이 가르치는 사람의 칭찬과 지적, 이 두 가지 모두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칭의 궁극적인 목적이 가르치는 사람의 역량을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려는 사람의 성장을 도우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팬텀싱어4는 최근 내가 가장 즐겨보는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다. 국내 최초 남성 4중창 크로스오버 결성 프로젝트라는 것도 흥밋거리지만, 평소 많이 접하지 않던 클래식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이제 우승팀을 결정할 마지막무대를 남겨두고 있다. 어느 팀이 우승할지, 그리고 결승에 진출한 팀들이 어떤 감동을 선사할지, 셀레는 마음으로 결승 라운드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코칭의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전체적인평가방식은 이전시즌들이나다른 경연 프로그램들과 비슷하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번 시즌4에서는 심사위원들의 피드백 수준이 조금 더 돋보인다.
먼저, 여섯 명의 심사위원(프로듀서)들 모두 음악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또 하나는 심사위원들이 칭찬과 지적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가감 없이, 소신껏 얘기한다는 것이다.
다른 경연 프로그램들은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이 칭찬 위주의 평가를하고, 한 두 명 정도가 지적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마저도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저승사자라는 호된 비판을 받으면서 지적의 수위를 크게 낮추거나, 눈치를 살피다가 아예 지적을 끊어버리고 칭찬으로 돌아서는 경우도 있다.
물론, 길지 않은 경연 일정에서 참가자들 모두에게 상세한 코칭까지 할 여유와 책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취지가 숨어 있는 유망주를 발굴하는 경연이라면 실력 차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장단점에 대한 조언을 해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경연 참가자들, 다른 심사위원들, 시청자들모두를 위한 일일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식상해진 면도 있다. 하지만, 초창기 경연프로그램들에서심사위원들이 쏟아내던 촌철살인의 한 마디, 후배들을 위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던 거친 입담들이사라져 아쉽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읽으면서 댓글의 기능에 대해 가끔 생각해 본다. 기획자의 의도가 무엇이든 현재로서는 칭찬과 덕담 외에 다른 기능이 작동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진심 어린 댓글이라도 긍정적이지 못한 내용이면 글을 쓴 사람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기 때문이다. 나 또한 누군가가 내가 쓴 글에 지적을 한다면, 아무리 피와 살이 되는 내용이라도 기분 좋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적과 비판 없이 글쓰기 실력을 향상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누군가의 정성이 담긴피드백을 기분 나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어쩌면 브런치에서도 팬텀싱어와 같은 심사위원들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브런치에는 라이킷과 댓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여기에 '코칭'이라는 기능을 추가하면 어떨까? 물론, 코칭 댓글들은 작가의 선택으로 비공개 혹은 상호 승인한 작가에게만 공개하는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다. 신뢰가 쌓인 작가들 간 서로 번갈아가면서 경연 참가자와 심사위원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건전한 글쓰기 코칭이 가능할 것이다.
진정한 코칭을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가정, 학교, 직장.. 어디에서든칭찬만 외친다. 칭찬에만 길들여진 유리멘털의 왕자들과 공주들이 넘쳐난다. 한편으로는, 진정성이 담긴 지적과 비판은 씨가 말라버렸다. 비판을 위한 비판들,상처가 되는 공격성지적들이 난무한다.
나의 어설픈 글에 아낌없는 지적과 비판을 해 줄 심사위원들을 모실 수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