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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 Jun 10. 2023

초여름 옥상정원에 시원한 바람이 분다


6월이 되자 한낮의 기온이 30도 가까이 올라간다. 옥상정원의 척박한 토양에서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는 데 성공한 화초들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계절이다. 다가오는 장마와 한여름의 불볕더위를 이겨내려면 뿌리와 몸집을 튼튼하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


지난 2개월간의 파종과 모종으로 정원은 어느새 여러 종류의 화초들로 가득 다. 추가로 분양할만한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화초들로 가득 찬 옥상정원
아프리카 봉선화와 미니장미는 반그늘로 이동


잉글리시 라벤더, 카네이션, 낮달맞이꽃, 국화, 미니해바라기, 코스모스, 아프리카 봉선화, 미니장미 등. 대부분 자생력이 강해 키우기에 까다롭지 않은 화초들이다.

 

낮달맞이꽃

이 중에서 노란색 꽃을 자랑하는 낮달맞이꽃이 먼저 존재감을 드러내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금까지 본 노란색 중 가장 진하고 선명하다. 다른 화초들이 자리를 잡아가느라 분주한 가운데 정원 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정원을 가꾸며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화초들도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받을수록 더 빨리, 더 화려하게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사진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들과 가장 가까운 앞쪽 열에 있는 포기들이 덩치도 크고 많은 꽃잎이 달려 있다.


5월 초에 파종한 미니해바라기

바로 옆에서 자라고 있는 미니해바라기도 마찬가지다. 토양과 햇빛, 급수 등 비슷한 조건인데도 사람들의 시선과 가까운 화단 가장자리에 있는 포기들의 성장 속도가 조금 더 빠르고 튼실하다. 물론,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다른 조건들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빨리 자란다고 해서 결과(열매)까지 좋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관심과 온기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자연의 섭리인 것 같다.



반면에, 환경과 조건이 좋을수록 오히려 생존 의지와 열정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급수의 양과 횟수에 따라 화초들의 반응은 크게 달라진다.

급수 조절로 꽃잎이 선명해진 키세스 카네이션

일부 화초들은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면 과습이 아닌데도 개화시기를 늦추거나 꽃잎 색깔이 흐려진다. 급수를 조절하여 시들지 않을 만큼 바짝 애를 태우면 꽃잎이 훨씬 더 선명해지고 향기도 짙어진다.

위기의식이 발동하자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하고, 그 대가로 보상(물)을 받으려는 화초의 절박한 몸부림이다. 때로는 결핍이 최선을 이끌어낸다이치는 인간 세계에서만 적용되 것이 아니었다.


얼마 전부터 옥상정원의 화초들을 감상하려는 동료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화초들과 눈을 맞추고 자연의 오묘함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관객이 늘어나자 화초들도 신이 났는지 앞 다투어 꽃망울을 터뜨린다. 날씨는 점점 무더워지지만 옥상정원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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