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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 Sep 17. 2022

인문학적 유형의 사람들

인문학적 유형의 특징

 

사람의 유형은 분류하는 방법과 기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혈액형, MBTI, 별자리, 심리나 성격 테스트 등에 따라 수십, 수백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예전에 다니는 직장에서 팀원들의 MBTI 결과가 공개되자 실제 성향과 너무 비슷한 점들이 많아 서로를 쳐다보며 웃고 떠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팀원들의 MBTI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팀원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본인들 것조차도..


이러한 분석 툴로 분류된 유형은 자료로 만들어져 비교될 때는 공감과 이해가 빠르고 재미도 있는데 돌아서면 금세 관심에서 멀어져 버린다.

설사 기억하고 있더라도 한 사람의 유형을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이 부족하다.




세상에는 별의별 유형의 사람들이 다 있다. 한 사람 안에도 여러 유형들이 동시에 존재한다.


급하다 느긋하다, 까칠하다 털털하다,

이기적이다 이타적이다, 괴팍하다 인자하다,

감정적이다 이성적이다, 꼼꼼하다 덜렁거린다,

이과형이다 문과형이다, 내성적이다 외향적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수많은 유형들 중 최소한 어느 하나에는 속해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들의 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는 각종 유형의 틀들은 우리들의 판단을 편견 속에 가두어버릴 수도 있다.



나 또한 위에 언급한 방법으로 나의 경험과 부족한 안목으로 사람들의 유형을 분류해 보기도 하는데, 나만의 분석과 분류 기준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인문학적 관점'에서 사람들의 유형을 분석하고 분류하는 것이다.


내가 말하는 인문학적 관점은 절대 좋다 나쁘다, 맞다 틀리다의 개념이 아니며 지극히 주관적인 나만의 느낌과 생각일 뿐이다. 상대에게 내가 멋대로 분석한 결과를 알려주다가는 그날로 관계가 끝나버릴 수도 있다. 엉터리 분석으로 상대의 성향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다.


인문학적 분류와 유형은 여러 가지 다양한 상황에서 살펴볼 수 있다. 때로는 내가 기대하는 결과를 먼저 설정해 놓고 거기에 끼워 맞출 때도 있다. 아무튼 내 멋대로 지어낸 방법이다.


1. 말투 자체에서 이미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묻어난다.  '좋은 생각이네', '그럴 수도 있겠네', '내 생각에는'.. 이러한 말투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면 겸손하고 생각의 폭이 넓은 성향이다. 상대가 누구든 늘 편안하고 유익한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다.

반면에, 맞다 틀리다, 좋다 나쁘다가 지나치게 분명한 사람은 상대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대화라기보다는 강요나 통보에 가깝다.


인문학적 사고는 바로 결론을 내리거나 한 가지 답을 고집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고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해 보는 것을 즐긴다.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마찬가지다.


2.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할 때 상대에게 질문을 먼저 던지는 유형이다. 예를 들면, 영화 좋아하세요? 어떤 장르를 좋아하시나요? 질문을 먼저 던지고 상대의 답변을 들은 다음에 자신이 지난주에 봤던 영화에 대해 얘기를 시작한다.


영화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한테 혼자서 일방적으로 떠든다면 상대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될지 경험해 본 사람은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질문을 먼저 하는 것은 대화를 더 재미있고 유익하게 만들기 위한 배려이자 지혜라고 할 수 있다.


3. 독서와 관련해서도 성향 파악이 가능하다. 대놓고 물어보다가는 자칫 잘난 체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니(후회한 적이 많다), 조심스럽게 우회적인 질문이나 내 얘기를 슬쩍 던져보면서 상대의 반응을 파악할 수 있다. 시큰둥하면 재빨리 대화의 주제를 다른 데로 돌려야 한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내가 굳이 파악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바로 표시가 난다. 어떤 종류의 책을 좋아하는지 알면 상대의 유형 파악뿐만 아니라 향후 관계 발전을 위한 큰 힌트를 하나 얻은 셈이다.


4. 대화의 주제와 관점의 다양성이다. 토론회도 아닌데 지나치게 한 가지 주제에 꽂혀 있으면 귀한 시간을 내어 당신을 만난 상대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사전에 주제가 정해진 대화가 아니라면 가능한 서로의 공통 관심 분야나 가벼운 주제 등에 대해 지나치게 깊이 들어가지 않으면서 담백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거기에다 적절하게 유머가 가미된다면 금상첨화다.


관점의 다양성도 인문학적 유형의 특징이다. 예를 들면, 어떤 사물이나 현상 혹은 영화나 드라마에 대해 얘기를 할 때 눈에 보이는 것들 외에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해 보는 것이다. 맥락을 유지하면서 상식과 주관, 그리고 새로운 관점이 믹스된 생각과 말이 인문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문학적 관점이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호하고 상대적이어서 사람의 유형을 구분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관점에서 분류해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인문학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너무 반갑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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