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원 Oct 18. 2022

평범한 사람이 대단해지는 순간

대단하다는 칭찬에 담긴 의미들


평소 대단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인가? 최근에 어떤 일로 대단하다는 칭찬을 들었는가?


평범한 일상에서 가끔 '대단하다'는 칭찬을 듣는 경우가 있다. 특출한 재능이나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업적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 대단해지는 순간이다.


비범한 정도는 아니지만 비슷한 사람들 중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달성하거나 남들이 꺼려하는 일을 솔선수범해서 처리할  대단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때로는 획기적인 실적이나 감동적인 미덕이 없어도, 노력이나 열정 그 자체만으로도 주변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심지어는 실패나 평균 이하의 보잘것없는 결과인데도 악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불굴의 의지에 대한 인정, 즉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격려가 쏟아진다.


'대단하다'라는 칭찬이 일반인의 영역까지 내려온 이유는, 세상이 만들어 놓은 보편적인 '대단한 기준'에 도달하기 쉽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끼리 서로 격려하고 용기를 주려는 배려와 암묵적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때 대단하다는 칭찬을 곧잘 듣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 말을 듣지 못하고 산다면 자신의 삶을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삶에서 의욕과 열정이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또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 말을 거의 들어보지 못한 사람도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이러 사람들은 매사에 열정이 없거나 지나치게 틀에 박힌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상에서 주고받는 별 의미 없는 흔해빠진 형식적인 덕담일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인정과 공감이 담긴 대단하다는 말은 분명 그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무슨 일을 하든 열정과 패기가 넘쳐났고, 대인관계에서 이해득실보다는 '사랑과 의리, 정의와 소신'이라는 가치와 신념에 더 큰 비중을 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와 신념도 세월 속에서 점차  옅어지면서 대단하다는 말을 듣는 횟수도 같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예전에 대단하게 보이는 것들도 점점 별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오랜 반복에 익숙해지면서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이 줄어들고, 새로운 것들에 대한 흥미가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모험보다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라도 잘 간수하려경향이 강해진다.


한편으로는, 경험이 쌓이고 신중해지면서 굳이 과도한 에너지나 열정을 쏟지 않아도 그럭저럭 버티며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적당함이 생존에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물론, 굳이 남들로부터 대단하다는 소리를 듣지 못하더라도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견디며 터득한 삶의 지혜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 또한 대단하다는 칭찬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다만, 현재의 삶이 내 의지의 개입보다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관성에 따라 무미건조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까지의 삶을 부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남은 인생을 더 보람되고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을 점검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멘토의 조언이나 전문가의 상담도 도움이 될 것이고, 지인의 충고나 배우자의 잔소리조차도 한 번씩 귀 기울여봐야 한다. 이 사람들은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나의 모습과 나 스스로 생각하는 나의 모습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대단하다는 칭찬 속에 담긴 의미는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니다. 그저 일상의 사소한 일들 중에 한 가지 더, 한번 더, 조금 더 오랫동안 지속되는 정도일 것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기, 한 달에 한 권 이상 책 읽기, 매달 일정 금액 기부하기, 주말마다 가족들을 위해 요리 만들기 등 나와 주변의 삶을 조금 더 풍성하고 의미 있게 할 수 있는 일들은 무궁무진하다.


어떤 일이든 한 가지라도 열정을 다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치까지 끌어올리고 이것을 꾸준하게 지속하다 보면 형식적인 덕담이 아니라 정말로 대단해지게 되는 단계에 올라서게 된다. 한 가지 일에서 '대단함의 단계'에 일단 진입하면 다른 일들은 수월해진다. '대단한 일상'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삶의 활력과 자존감이 높아질 것이다.



작년부터 화단 가꾸기와 블로그에 글쓰기를 하면서 오랜만에 주변으로부터 대단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올해 여름에는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 진정성이 조금 더 들어간 '대단하다'는 덕담을 들었다.

화단 가꾸기는 서툴고 고된 일이지만 보람과 힐링, 자연과의 감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글쓰기 또한 서툴기는 마찬가지지만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덕분에 예전보다 책을 더 많이 읽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이 써놓은 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온라인에서 '대단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지금 하는 '대단한 일들'이 노년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문학적 유형의 사람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