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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의 별

별을 세는 대신 하루를 품는 사람

by 담서제미

"이건 내 거야. 나는 이 별들을 다 소유하고 있어."

사업가의 별을 떠나는 어린 왕자를 배웅하며 돌아오는 길. 내 뇌리에는 사업가가 말하고 있는 소유라는 말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이제는 비웠다고 생각했다. 이 나이가 되면 어는 정도는 내려놓고 있다고 여겼다. 그런 줄 알았다.


젊은 날 나는 숫자로 나를 입증해야 했다. 월급, 매달 들어가는 생활비, 아이들 교육비, 모든 게 숫자였다. 이제는 그 계산을 멈춘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숫자에 묶여 살고 있었다.


삶의 무게는 숫자가 아니라 사라져 가는 순간의 잔상으로 남는다고 하지만 그것은 보이지 않은 허상일 뿐이었다.


내가 진정으로 소유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통장에 찍힌 숫자, 아니면 집에 가득한 물건들. 그것들이 나를 채워줄 수 있었을까? 그것은 생명이 없는 공허였다.


"무엇을 가지고 계세요?"

어린 왕자가 내게 물었다.

나는 쉽게 대답을 하질 못했다. 지금 무엇을 가지고 있을까?


어릴 적 나는 밤하늘에 무수히 떠 있는 별을 세던 아이였다. 별 스티커는 최고의 선물이었고 별 다섯 개를 받은 날은 하루 종일 싱글벙글이었다. 그런 내가 언제부턴가 별 대신 예금잔고를, 햇살 대신 숫자를 들여다보며 살고 있었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하잖아요. 얼마나 버는지, 얼마나 큰 집에 사는지. 그런데 별이 몇 개인지는 안 물어보잖아요."


사업가를 만나고 온 이후 나는 다른 계산을 시작했다.

'오늘 몇 번 웃었는지'

'얼마나 천천히 걸었는지'

'얼마나 오래 꽃과 바람과 나무에 눈을 마주했는지'


그 안에 숫자는 없었다.


사업가의 별에서 그는 늘 바빴다. 장부를 정리하고, 숫자를 맞추고, 소유를 말했다. 하지만 정작 그는 별 하나를 올려다볼 시간조차 없었다.


어린 왕자는 나에게 속삭였다.

"진짜 별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거예요."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찬란하게 빛나는 별이 거기 있었다. 아무도 내 것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그 빛은 내 안으로 흘러들었다. 내 거라고 소유를 주장하지 않아도 조용히 마음에 머물렀다.


이제 나는 별을 세지 않는다. 대신 하루를 품는다. 그 하루가 맑은지 흐린 지. 따뜻했는지 내가 내 마음의 소리를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묻는다.


어린 왕자는 다음 별로 떠나기 전 작은 종이별 하나를 내 손에 쥐어주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별은 가질 수 없어. 하지만 너를 빛나게 해 줄 수는 있어."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곁에서 조용히 머물러 주는 것이었다. 그 종이를 어린 왕자 책갈피 사이에 끼운 뒤 책장을 펼쳤다. 이제부터 진짜 삶이 시작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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