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름은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
해를 막아줄 가림막 하나 없는 사막은 이글이글 끓고 있었다. 그곳에 서 있으면 저절로 발화가 되어 버릴 것만 같았다. 숨을 쉬는 것조차 사치처럼 여겨졌다. 고요한 더위가 숨통을 조였다.
몸에서 빠져나온 땀방울은 바로 증발이 되어버렸다. 그곳을 어린 왕자는 걷고 있었다. 그는 다소 지친 듯해 보였지만 눈동자에는 여전히 호기심과 슬픔이 들어 있었다.
그가 만난 사람은 약을 팔고 있는 노인이었다.
"이 알약 하나면, 목마름 없이 일주일을 살 수 있지. 물을 마시지 않아도 되니까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그럼 그 시간에 사람들은 뭘 해요?"
"더 일하지. 더 벌고, 남들보다 더 앞서 가지."
순간 내 속에서 아우성을 쳤다.
"어서 사. 한 알만 먹으면 일주일 동안 목마르지 않다고 하잖아."
목마르지 않은 삶.
시간을 아끼는 삶.
앞서나가는 삶.
나는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삶을 꿈꾸며 달린다. 그것에 만족이 있을까? 우리는 언제나, 항상 더 많이 원한다. 하지만 그 깊이가 종이두께보다 더 얇기도 하다. 사실은 더 깊이 원하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 지조차 모를 때가 많다.
나는 장사꾼에게 냉큼 알약 하나를 샀다. 갈증이 온 몸을 옥죄고 있었다. 어서 빨리 목마름에서 해방되고 싶었다. 입 안으로 가져가려던 순간,
"나는 때때로 목마르고 싶어. 그 갈증 때문에 샘물을 찾게 되니까."
어린 왕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건 내 의지와 다른 소리였다.
나에게 갈증은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고 해소되어야 할 문제였다. 항상 피하고 싶은. 그래서 목이 마르기 전에 매번 물을 찾았다.
하지만 그는 말했다.
"갈증은 무언가를 찾고 있다는 증거야. 그것은 결핍의 신호이기도 해."
"갈증이 결핍이라고."
"결핍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잖아. 그건 살아있다는 가장 솔직한 신호야."
나는 그 말에 고개를 숙였다.
우리는 너무 빨리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든다. 갈증도, 일도, 아이 교육도.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모든 것을. 심지어 글을 쓰는 것도 빨리빨리 성과를 내려한다. '며칠 만에 완성해 주는 글쓰기.' '이렇게 쓰면 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어요.' 지름길이 있다면 그걸 택하려 애쓰고, 가능하다면 갈증을 느끼지 않으려 한다.
나는 약을 파는 사람에게 물었다.
"당신은 이 약을 먹나요?"
"나는 그저, 약을 파는 사람이지. 먹어본 적은 없어."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 말에 들어있는 쓸쓸함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어린 왕자와 약을 파는 노인과 헤어지고 난 후, 며칠이 지났을까? 더위를 피할 겸 동네 카페에 들어갔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카페 구석에서 노인이 홀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커피가 담긴 잔을 돌리고 있었다. 누구 하나 그의 존재를 알아채는 이가 없었다.
나는 그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를 지켜보았다. 노인이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려던 찰나, 어린 왕자가 천천히 노인에게 다가갔다. 그는 손에 쥔 알약을 노인에게 내밀었다.
"나는 걸을 거예요. 사막을 지나 우물을 찾을 거예요. 그 시간이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 줄 거니까요."
"진짜 필요한 것은 곧장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걸어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노인은 어린 왕자가 내민 알약을 받아 호주머니에 넣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컵에 물을 따라 마셨다. 매일 마시던 흔한 생수였지만 그 맛이 다르게 느껴졌다.
그것은 단지 물이 아니라 내가 지나온 시간과 기다림의 온도였다. 필요한 것은 물 자체가 아니라, 그 물을 만나기 까기 겪은 모든 순간들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건 갈증을 없애는 약이 아니라, 갈증을 함께 느낄 누군가였다. 결핍이 있는 삶이 오히려 더 풍요로울 수 있었다. 비어 있기 때문에 채워질 수 있고, 기다림이 있기에 만남이 더 눈부시며, 목이 마르기 때문에 한 모금의 물에도 감사할 수 있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해 알약 하나를 먹는 대신 나는 그 목마름을, 갈증을 천천히 즐기기로 했다. 나만의 우물을 찾아 느리지만 따뜻하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보기로. 어차피 우리는 모두 목마른 존재니.
나는 카페를 나와, 한 여름 태양을 머리에 이고 걸었다. 목마름은 더 이상 나에게 갈증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살아 가게 하는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