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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그림자 2부

부리망

by 담서제미

갈증을 채워 준 물의 빛깔은 고왔다. 사막의 색에서도 물냄새가 났다. 물 한 모금을 입안에 넣었다. 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이 온몸을 적셨다. 모래는 하얗게 식어 있었고 별이 머물다 간 잔향이 하늘에 남아 있었다.


"혹시 양에게 씌워 줄 부리망을 그려 줄 수 있어."


나는 어느새 부리망을 그리고 있었다. 그가 내 그림을 마음에 들어 할까? 최대한 자세히 과장되게 그렸다. 하지만 그 아이가 원한 것은 그런 그림이 아니었다. 나는 몇 번의 시도 끝에 대충 그린 그림을 그에게 보여줬다.


"이 정도면 충분해. 꽃잎 하나하나를 다치지 않게 잘 감싸줄 거야."


웃으며 말을 하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묻어 있었다. 웃음 뒤에 숨어 있는 이별의 예감. 그 아이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떠나온 지 일 년이 되는 날, 그 별로 다시 돌아갈 준비를.


사랑이란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야 할 이유를 지키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슬퍼하지 않을 거지."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슬퍼하지 않을 수 있지.


그의 말 한마디, 발걸음 하나, 조그만 끄덕임까지 이제는 내 일상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그가 떠난다면 그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사랑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보내주는 것임을 알면서도 나는 자꾸 그 아이를 잡고 싶었다. 하지만 억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이가 편히 떠날 수 있게.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그가 다시 말했다.


그가 내게 남기려 한 것은 모습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시간이 아니라 기억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는 절대 사라지지 않아. 마음속에서 계속 빛나게 될 테니."


나는 그를 위해 부리망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물을 마셨다. 그 물은 쓰면서도 달았다. 슬프면서도 애절했다. 작별의 미소처럼 따듯하면서도 맑은 아픔이 가슴에 번져 통증으로 다가왔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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