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그 밤의 어둠은 훨씬 더 짙었다. 사막을 둘러싼 공기에는 두려움이 스며 있었다. 그 안에는 말리고 싶으나 말릴 수 없는 슬픔이 자잘하게 부서져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마치 머리가 진공상태가 되어 버린 것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침묵속에서 어린 왕자를 지켜보는 것이었다.
사막 위를 달리는 바람조차도 속도를 줄이고 있었다. 이런 것일까? 이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 말이 사라진 자리에 파고든 감정은 무어라 꼬집어 정의할 수 없었다.
"오늘 밤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말은 나를 지키려는 그의 마음이었다. 나를 아프게 하지 않으려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에 있을 거야. 끝까지."
그는 내 말에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구었다. 우리는 그렇게 침묵 속에 머물러 있었다.
나는 그의 옆에서 '사랑이란 옆에 붙들어 놓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갈 길을 기꺼이 응원하는 것이야. 그래야만 돼.'를 주문처럼 되뇌고 있었다.
나는 그가 돌아갈 수 있도록 내 마음의 손을 놓아야 했다. 그 아이가 자신의 별로, 자신의 장미에게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그는 모래 위에 무릎을 꿇었다. 달그림자가 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것은 기도를 하는 것처럼 성스럽게 보였다.
"가장 깊은 작별은 예고 없이 다가오고, 가장 깊은 사랑은 말없이 남겨져."
그날 밤 별에도 무게가 있다는 걸 알았다. 별은 이 전에도 앞으로도 그 자리에 있겠지만 이제 더 이상 그 별은 이전에 별이 아니겠지. 이제부터 그것은 그저 눈에 보이는 대상이 아니라 그를 만나는 마음의 창이 될 테니.
"사랑하는 이는 기억으로 품는 거야."
어둠 속 모래 위에서 작은 흔들림이 느껴졌다.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오래된 약속처럼 그 자리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어린 왕자는 마지막 숨을 들이쉬며 그를 향해 다가갔다.(목요일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