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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돌아가는 길 2부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

by 담서제미

바람마저 숨을 멈춰 버린 그 곳에 작은 생명이 스르르 다가왔다. 그는 소리 없이 미끄러졌다. 어린 왕자는 그를 반기듯 고개를 숙였다.


"안돼."

나는 본능적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어린 왕자가 손을 내밀며 막았다.


"오지 마. 이 길은 내가 가야할 길이야.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


그 말은 무서우리만치 평온했다. 두려움도 슬픔도 들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것을 이해와 수용하는 수도자의 모습이었다.


"나는 지금 다리를 건너려는 거야. 끝이 아니라 내 세계로 건너가는."


황금빛 뱀이 그의 발목을 감싸며 천천히 입을 맞췄다. 그건 짧은 순간이었다. 그는 살짝 비틀거리더니 모래 위에 주저앉았다. 고통도 비명도 없었다. 나는 달려가고 싶었다. 그를 붙잡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고요했고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일 년간 행복했어. 떠나는 것은 이별이 아니야. 이제 나는 오래도록 머물러 있기 위해 가는 거야. 안녕" 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 아이 곁에 무릎을 꿇었다. 손을 잡으려 했지만 그의 손은 이미 모래보다 가볍고 물빛보다 투명해져 있었다. 그는 죽은 것이 아니었다. 돌아간 것이었다. 그의 장미, 여우, 별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그를 잃은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지만, 그는 내 안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더 강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별 하나가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나는 속삭였다.

"네가 거기 있구나."


그가 떠난 후 나는 밤마다 그 별을 본다. 이제 그가 알려준 방식대로 세상을 보려고 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진짜 중요한 건 마음으로 보아야 보인다는 것.


그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대신, 모든 곳에 존재하게 되었다. 여행길에서, 밥을 먹을 때도, 물을 마실 때도, 심지어 숨을 쉴 때도, 매 순간 그 아이가 있었다.


길을 걷다 나뭇잎이 흔들리면 그 아이가 내 어깨를 살며시 다독이는 것 처럼 느껴진다.


"네가 나를 기억해준다면 나는 언제나 네 곁에 있는 거야."


그가 떠나고 난 후, 별 하나가 지상으로 내려와 내 안에 빛나는 존재로 남았다. 나는 더 이상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이전보다 더 굳건하게 내 안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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