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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장님이야 1부

마음으로 찾아야 해

by 담서제미

밤새 걸었다. 다리가 철근을 매단 것처럼 무거웠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 동쪽에서 태양이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하고 있었다. 그 순간 기적처럼 우물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것은 사막 한가운데 있다고는 믿기지 않았다. 오래된 도르래, 낡은 두레박, 마을 우물처럼 돌로 쌓여 있는 입구. 사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독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마을의 우물 같았다.


어린 왕자는 그 연약한 몸으로 도르래를 돌리기 시작했다.


"가만있어. 내가 할게."

나는 차마 그 어린 손으로 힘든 일을 하게 놔둘 수 없었다. 도르래에서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노래였다. 천천히 두레박을 끌어올렸다. 차가운 물이 유리구슬처럼 반짝였다.


"이 물은 달라. 이 안에는 시간이 스며 있어."

물 한 모금을 마신 후 그는 말했다.


그 물에는 우리가 함께한 시간, 모래 위에 남긴 흔적, 침묵 속에 깃든 감정의 교류, 그 속에 쌓인 신뢰와 사랑이 녹아 있었다.


"사람들은 열차를 타고 바쁘게 움직이지만, 필요한 건 이 한 모금의 물이지도 몰라."


"한 송이 꽃, 물 한 모금 안에 우리가 구하려 하는 게 다 들어 있어."


그 말은 우물 속보다 더 깊게 내 마음에 파고들었다.


젊은 날에는 눈에 보이는 것을 따라갔고, 크고 빠르며 화려한 것들이 가치 있을 거라 믿었다. 지금, 나는 사막 한가운데 우물 앞에서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에 대한 차이를 그 아이를 통해 깨닫고 있었다.


어린 왕자와 나는 우물가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동쪽에서 떠오른 햇살이 어느새 정수리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눈은 장님이야. 중요한 건 마음으로 보아야 해."


그 말은 지금까지 그와 함께한 모든 순간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어린 왕자의 말이 내 안에서 메아리처럼 돌아다녔다.


"중요 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이 우물은 우리 마음이 찾은 것이었다. 나침반에도 지도에도 없는 곳. 길 위를 떠도는 믿음의 정령이 우리를 이 우물로 이끈 것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어딘 지 알아."

"그건 눈과 마음 사이야. 우리는 매번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 길을 나서."


나는 물 한 모금을 마셨다. 시원하면서도 따뜻했다. 사막에서 만난 우물은 더 이상 사막 속 우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영원하 마르지 않은 우물로 내 마음에 남았다. 그것은 갈증에 사로잡힌 몸을 적신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적시고 있었다. (목요일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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