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친구

여행보다 함께 걷는 길

by 담서제미


"언니, 너무 이쁘다. 우리도 저렇게 맞춰 입고 여행 가요."


동생이 가리킨 곳.

푸른 보리밭 길을 꽃밭으로 착각하게 하는 초록 물결 위로 살랑이는 치마를 입은 두 여인이 황톳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투명한 햇살이 그들을 비추고, 바람은 치맛자락을 흔들며 따스하게 속삭였다. 초록 풍경 속에서 마주한 그 장면은 한 편의 시처럼 우리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그것은 치명적인 유혹이었다.


"어서 가서 저런 원피스를 사자."

서둘러 여행을 마치고 우리는 옷을 사러 갔다. ‘미플러스포’. 세 명은 삼십여 년을 같이한 직장 동료이고, 한 명은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된 고운 벗이다. 서로 다른 빛깔이 모여 하나의 무늬를 만들었다.


떠나기로 한 날은 네 여인에게 축제의 장이 된다. 어디든 괜찮다. 만나기만 하면 길이 되고, 함께 걷기만 하면 여행이 된다. 꽃과 나무를 좋아하고, 흙냄새를 사랑하며, 하늘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 마음까지 우린 닮았다. 마음속에 같은 색의 빈자리를 안고 살아와서일까? 만날 때마다 그 빈자리는 서로의 웃음으로 채워진다.


우리에게 정해진 날은 화요일이다. 평일 날 여행은 그 자체로 선물이다. 퇴직해서 누릴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 사람 붐비는 주말 대신 조용한 길, 바람 속에 간간이 들리는 수다와 웃음소리, 아무 말 없이 걷는 침묵조차 위로가 된다. 빠르게 걸을 필요도, 목적지에 일찍 도착해야 할 이유도 없다. 여행의 본질은 거기에 있다. 누구와 함께 걷느냐, 무엇을 느끼느냐.


멤버 중 한 명이 물었다.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다닐 수 있을까?”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웃을 수 있을 때까지, 예쁘게 입을 수 있을 때까지.”


그 대답에 순간 마음이 뭉클해진다.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바뀐다. 언젠가는 몸이 따라주지 않는 날이 올 것이고, 누군가는 합류를 하지 못하는 날이 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걷고 또 걸을 것이다. 웃고, 꾸미며, 서로에게 빛이 되어.


여행은 풍경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시선을 바꾸는 일이다. 우리의 여행은 시간이 아니라 마음이 만든다. 나이 들수록 사소한 것에 감동하고. 이런 일상이 감사해진다. 매 순간 우리 넷이 걷는 뒷모습을 마음에 새긴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찾아온 가장 따뜻한 축복이다.


나를 둘러싼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기를 마시고, 곁에 있는 사람의 존재에 감사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길 위에 서는 이유다. 우리는 특별한 여행자가 아니라 서로의 인생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다. 꽃보다 아름다운 친구들, 여행보다 더 소중한 이들과 함께 걷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내 삶의 가장 찬란한 봄날이다.


<깨달음 한 줄>

“아름다움은 풍경이 아니라, 그 길을 함께 걷는 사람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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