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이라는 이름의 자유

2025년을 보내며

by 담서제미

'아, 오늘이 2025년 12월 31일이구나.'


달력을 넘기며 나는 잠시 손을 멈춘다. 한 해가 이렇게 가는구나. 소리 없이, 하지만 알 찬 숨으로. 전업작가가 된 지 어느덧 2년째. 직장에 다니던 시절, 책상 앞에서 수없이 상상만 하던 삶 속에 나는 지금 서 있다.


그 시절, 나는 '언젠가 때가 되면 전업작가가 될 거야'를 입에 달고 살았다. 지금 나는 오늘을 산다. 그 시절 꿈이 현실이 되어.


나의 하루는 단순하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수영으로 몸을 깨우고,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쓴다. 글이 막히면 밖으로 나가 천천히 걷는다.


걷다 보면 문장이 따라오고, 다시 돌아와 또 쓴다. 그렇게 수영하고, 글 쓰고, 산책하고, 다시 글 쓰는 하루가 수레바퀴처럼 반복된다.


누군가 보기엔 단조로운 일상이겠지만, 그 안에 들어가 보면 하루는 늘 새롭다. 물속에서 호흡은 문장의 리듬이 되고, 발걸음은 생각의 속도가 된다.


이 반복 속에서 나는 자주 몰입에 빠진다. 시간이 흘러가는 지도, 핸드폰이 어디 있는 지도 잊어버리고 오직 글 속에 빠져있는 상태. 그저 지금 하고 있는 일 하나에 온전히 들어가는 시간.


2025년이 시작되기 전, 나는 목표들을 세웠다. 막연한 바람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문장처럼 구체적인 계획들이었다. 오늘, 이 마지막 날에 조용히 점검해 보니 놀랍도록 모든 칸이 채워져 있다.


책은 출간되었고, 해금은 무대 위에서 울렸다. 21일간의 영국과 프랑스 여행은 낯선 거리와 오래된 서점, 박물관의 공기를 몸에 남겼다.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고, 매일 걷고, 일주일에 서너 번 수영했다. 거창한 성취라기보다, 나에게 약속한 것은 하루하루 지켜온 결과였다. 도장을 찍듯 완료한 목록이 아니라, 생활 그 자체가 목표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하루가 잘 설계된 도면처럼 돌아갈수록 나는 더 자유로워졌다. 해야 할 일이 분명하니 망설임이 줄었고, 선택이 단순해지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자유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리듬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규칙이 나를 묶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


2025년은 나를 증명해 낸 해였다. 꿈꾸던 삶은 특별한 사건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를 성실히 반복한 끝에 조용히 도착한다는 것. 화려하지 않아도, 소란스럽지 않아도, 충분히 충만할 수 있다는 것.


오늘, 이 마지막 하루를 맞이하며 나는 나에게 조용히 애정을 담아 속삭인다.

'잘 살아냈어. 내년도 잘 부탁해'


<깨달음 한 줄>
행복은 멀리 있는 목표가 아니라, 매일 지켜낸 작은 약속들이 만들어낸 삶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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