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 선율은 사랑을 타고

나에게 건네는 다정한 고백

by 담서제미

새해금을 등에 지고 수업 가는 길.

한겨울 찬바람에서 봄기운을 느꼈다. 룰루랄라.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강의실 문을 열기도 전부터 입가에는 이미 감출 수 없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품 안에는 갓 태어난 아이를 업듯, 정성스레 포장된 새 해금 케이스를 등에 지고.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오로지 나만을 위해, 내가 나에게 정성껏 준비해 선물한 악기.


"저 드디어 해금 새로 샀어요"


강의실에 들어서자마자 아이처럼 자랑부터 늘어놓았다. 선생님께 검사를 받는 학생처럼 들뜨기도 했고, 귀한 보물을 발견한 탐험가처럼 당당하기도 했다.


수업을 들으러 들어오는 학우들 한 명 한 명에게 "이것 보세요, 제 새 해금이에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새 악기에서 풍기는 은은한 나무 향과 갓 매달린 명주실의 뽀얀 빛깔이 강의실 안의 공기를 순식간에 설렘으로 바꿔놓았다.


드디어 시작된 올해 첫 수업. 새 악기를 무릎 위에 올리니 이전과는 전혀 다른 무게감이 느껴졌다. 아직 길들지 않은 빳빳한 말총 활을 조심스레 줄 사이에 끼워 넣었다.


'슥, 슥-'


새 악기의 줄을 누르자, 우와, 소리가 다르다. 활대가 줄을 스칠 때마다 명주실은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제 몸을 깎아 소리를 빚어냈다. 그 소리는 맑은 가을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단실 같기도 했고, 때로는 깊은 밤 홀로 켜둔 촛불의 떨림 같기도 했다.


해금의 선율은 정직했다. 내가 기쁘면 소리는 경쾌한 콧노래가 되어 튀어 올랐고, 내가 긴장하면 소리는 가느다란 실바람처럼 떨렸다. 이제 막 나와 인사를 나눈 이 새 악기는, 앞으로 내가 흘릴 땀방울과 숨결을 먹고 점차 깊고 그윽한 '나의 목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아직은 서로 서먹해 때로는 앙칼진 소리를 낼 때도 있었지만, 그 비음 섞인 울림이 내 몸의 감각을 하나둘 깨우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나의 손때와 내 호흡으로 채워나갈 '나만의 소리'라고 생각하니 왼손 끝에 들어가는 힘조차 애틋하다.


나를 위해 고르고 고른 이 악기는, 나 자신에게 건네는 가장 다정한 위로이다.


"소리가 참 맑네요."

"확실히 달라요."


이제 이 두 줄은 그냥 악기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 전해줄 소중한 친구다.


강의실을 나서는 길, 케이스를 다시 어깨에 메니 기분 좋은 무게감이 전해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머릿속에는 오늘 배운 가락이 새 해금의 깡깡거리는 맑은 음색으로 맴돌았다. 나에게 선물한 이 특별한 울림이, 앞으로 나의 일상을 얼마나 더 근사한 선율로 채워줄지 2026년이 나를 향해 활짝 웃었다.


<깨달음 한 줄>

모든 날이 내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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