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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스무 살, 멋대로 살자

자신만의 멋을 찾아서

by 담서제미


세 번째 스무 살, 얼마나 설레는 나이인가? 그 단어 속에 담긴 자유와 해방의 기운은 마치 오래전 잊힌 꿈을 다시 깨우는 마법과 같다. 오늘도 나는 이부자리에 누워 창밖으로 스며드는 부드러운 빛을 바라본다. 한낮의 번잡함과는 전혀 다른 내면에서 차오르는 작은 혁명을 느낀다. 새벽 미묘한 정적 속에서 일어날지 말지 줄다리기하는 내 모습은, 마치 어릴 적 꿈꾸던 장난스러운 영웅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이 나이에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다니…” 스스로 꾸중도 잠시, 나는 웃음을 터뜨린다. 그 웃음 속에는 ‘이런, 이런 한심해’라는 마음보다는 당당함이 들어 있다.


그동안 나는 ‘해야만 한다’라는 강박 속에 갇혀 살았다. 십 대에 해야 할 것들, 스무 살이면 반드시 이루어야 할 것들, 서른이 되면 성취해야 할 목표들, 마흔이 되면 맞이해야 할 사회적 기대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스스로가 정해진 틀에 갇혀 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살지 않으면 왠지 모르게 도태되어 버릴 것 같은 두려움과 불안이 수시로 찾아왔다.


세 번째 스무 살이 된 지금은 어떤가? 인생의 어느 한 시점에 도달한 내가, 여전히 그런 삶을 고집한다면 철창에 갇힌 새와 다른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동안 쌓아놓은 무게를 내려놓아도 좋을 나이. 이제는 더 이상 남들이 정해준 틀에 맞춰 살 필요가 없다. 내 마음의 리듬에 맞춰 자유롭게 춤추며 살아갈 시간이다.


새벽 침대 위에 누워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습관처럼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 글 중 한 줄에 내 마음이 흔들렸다. ‘노후, 적당히 내려놓고 내 맘대로 살기’라는 글이었다. 일본 정신과 의사 호사카다케시가 쓴 ‘대충 사는 노후를 권함’의 한 구절이 내 심장을 두드렸다. “나이 60이 되면 모두 평등해진다.” 그 말은,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겪은 무수한 의무와 기대를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주문 같았다.


그동안 ‘해야만 한다’라는 외침에 시달리며, 끝없이 달려왔다. 내 삶은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하기보다도, 폭풍우 치는 바다처럼 힘겹고도 고단했다. 이제는 달라진다. 호사카 다케시의 책 『대충 사는 노후를 권함』은 내게 작은 등불이 되어주었다. 이 책이 내게 전한 메시지는 간단했다.


1. “이렇게 해야만 한다”라는 굳어진 틀을 부수어 버리자.

2. 인간관계도 때로는 가볍게, 여유를 가지고 대충 해도 괜찮다.

3. 작은 실수나 좌절에도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용서하자.

4. 돈보다 소중한 것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즐기는 여유이다.

5. 건망증조차 인생의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노년의 묘미다.

6. 무리하지 않고, 적당히 대충 살아가는 법을 배워보자.

7. 이부자리는 매일매일 새로운 열정으로 가득 찰 필요는 없다.

8. 규칙적인 식사에 얽매이지 않고, 내 리듬대로 맛있는 삶을 즐기자.


인생은 ‘해야만 하는’ 의무감으로 가득 찰 필요가 없다. 우리가 살아온 긴 여정 속에서, 수많은 기대와 사회적 규범은 때로 우리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세 번째 스무 살은 그 모든 무게를 덜어내고, 순수한 본질을 찾는 시간이다. 아침햇살처럼 부드럽게, 때로는 유쾌하게, 나는 내 삶을 다시 설계한다.


길고도 험난했던 세월을 지났다. 드디어 도달한 이 시점에서 나는 발랄한 마음으로 작은 모험을 꿈꾼다. 이제 내 인생의 무대는, 젊은 시절 그 열정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거울 앞에서 스스로 미소를 건넨다. 오늘 하루 시작을 축하한다. 내 안에 숨겨진 수많은 열정과 꿈들이 마치 봄바람처럼 살랑살랑 불어온다. 그 바람이 나를 새로운 도전으로 이끈다.


밖으로 나가면, 세상은 여전히 분주하다. 그 속에서도 나는 내 방식대로 즐기며 걷는다. 우주 삼라만상이 찬란하다. 나는 인생의 쏠쏠한 즐거움을 다시 한번 느낀다. 오랜 시간 쌓인 피로와 무거운 의무감은 사라지고 웃음과 상쾌한 기분이 내 마음을 채운다. 세 번째 스무 살은 바로 이런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진 특별한 시간이다.

내가 선택한 이 길은 때로는 불안하고 어색할지도 모른다. 그 모든 것이 내 개성과 색채를 더해 준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저 가면 된다. 때론 낡은 옷처럼 바랜 기억을 버리고, 새롭게 단장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그 변화 속에서 나는 깨닫는다. 진정한 행복은 외부의 기준이나 남의 평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소소한 기쁨과 웃음 속에 있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스스로 말한다. “너는 지금도 매우 멋지고, 충분히 빛나고 있어.” 이 한마디가 내 하루를 밝혀주는 등불이 되어준다. 세 번째 스무 살, 그 자유로운 시간은 단순한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마음 자세를 갖느냐, 어떤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타인의 기대에 묶이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과 함께 당당하게 걸어간다.


내일이 어떤 날일지, 어떤 시련이 다가올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이미 그 길을 가고 있다.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작고 평범한 일상에서도 웃음과 감동을 찾아내며 살아가기로. 그 길 위에서 나는 스스로, 세상에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 인생은 내 방식대로, 대충이지만 진심으로, 멋지게 살자!”


나는 세 번째 스무 살 지금, 이 순간에 완전히 몰입한다.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뜨거운 열정은 마치 봄날의 꽃처럼 활짝 피어난다. 그 아름다움은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나의 소중한 자아를 일깨워 준다.


세 번째 스무 살은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의미다. 그 속에는 지난날의 아픔과 기쁨, 앞으로 펼쳐질 무한한 가능성이 모두 담겨 있다. 나는 오늘도 이 특별한 시간 속에서, 나 자신과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 인생 무대를 새롭게 꾸며 나간다. 행복은 ‘멋대로 살자’라는 다짐 속에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것은 자신만의 멋을 찾아서 제대로 미친 듯이 살아보자는 멋, 대로 삶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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